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왼쪽)이 2019년 6월30일 판문점에서 북한 쪽 경계선을 건너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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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연내 만남을 원한다고 밝혔고,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좋은 추억”을 언급하면서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김 위원장이 대화 전제조건으로 내건 ‘핵 보유 인정’을 어떻게 다룰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6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아펙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지에 대해 “지금은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면서도 “그러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그렇게 되길 바라면서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이날 공개된 에이피(AP)통신 인터뷰에서 “그들(트럼프와 김정은)이 가까운 미래에 만난다면 환상적”이라고 기대를 나타냈다. 정부는 남북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일단 물꼬를 트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문제는 북한이 대화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핵 보유 인정’ 여부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김 위원장이 전날 핵 관련 과학자와 기술자를 만나 “강한 억제력, 즉 핵 무력을 중추로 하는 힘에 의한 평화유지, 안전보장 논리는 우리의 절대불변한 입장”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면 미국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냈음에도 한미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를 언급하자 다시 한 번 핵 포기 불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나는 아직도 개인적으로는 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리고 진정한 평화공존을 바란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외교 문법을 따르지 않는 만큼, 2019년의 ‘깜짝 회동’이 재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지난 2019년 6월30일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 직후 트위터를 통해 김 위원장에게 “잠깐 만나자”고 제안했고, 전격적으로 판문점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진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초로 북한 땅을 밟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 고위급 방중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에 이어 최선희 북한 외무상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단독회담 일정을 잡았다”며 “과거 경험으로 보면 북미 간 대화를 앞두고, 북한 쪽에서 김 위원장이 직접 가든지 아니면 고위급이 방중해 설명한 경험들이 있기 때문에 북-미 정상회담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달 초 김 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계기로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최 외무상도 27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베이징을 방문 중이다.
양 교수는 “북한의 ‘핵 보유 주장’과 한미 정부의 ‘비핵화’가 절충점이 없는 것처럼 생각하면 한 발자국도 못 나간다”며 “이재명 대통령도 ‘3단계 비핵화론’(중단→축소→폐기)을 언급하지 않았느냐. 폐기까지는 시간이 걸리는 만큼 1단계로 중단, 마지막 단계로 비핵화를 합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행정부 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표현하며 파문이 일기도 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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