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바꾸는 전쟁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 육군이 통신이 끊긴 극한 전쟁 상황에서도 병사들에게 위험을 파악해 알려줄 ‘인공지능(AI) 기기’를 도입한다고 보도했다. 병사들이 인터넷 연결 없이도 작동하는 AI 기기를 주머니나 백팩에 넣고 다니며 전장에서 위협 탐지와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통신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미지·레이더·무선 신호 등을 AI가 분석해 병사에게 알려줄 수 있다. 이를 위해 미 육군은 AI 방산 스타트업 ‘터빈원’과 9890만달러(약 1390억원)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통신이 끊긴 전투 환경에 잘 대비해야 한다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이 반영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AI가 전장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실제 전투에서 전투기나 전차를 사람 대신 AI가 조종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 전쟁’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드론 공격과 방어 역시 AI가 도맡고 있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전투 전략을 짜는 것도 AI의 몫이다. AI 조종사·AI 참모가 등장하며 국방 분야가 완전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래픽=김현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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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좌우하는 AI
최첨단 기술이 가장 먼저 적용되는 ‘디펜스 테크’(방산·항공 분야 첨단 기술) 중에서도 AI 분야 시장은 눈에 띄게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79억5000만달러였던 시장 규모는 내년 307억2000만달러, 2027년 337억7000만달러로 성장하고 2034년엔 654억3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0년 새 134% 증가하는 것이다.
디펜스 AI의 급격한 성장 배경엔 최근 두 차례 전쟁이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2023년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선 AI 기술이 현실화되며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전장 풍경을 만들어냈다. 당시 “AI 기술과 제품이 전쟁 작전에 조용히 공급되고 있다”(AP통신) “이스라엘 전쟁은 세계 최초의 AI 전쟁”(가디언)이란 평가가 나왔다.
전쟁에 활용된 AI 효과를 직접 본 국가들은 투자를 늘렸다. 이스라엘 국방군은 세계 최초로 AI전(戰)을 대비하며 지난 5년간의 전쟁 체계와 내용을 모두 디지털화했다. 가스펠(Gospel)이라는 AI 시스템을 도입해 폭격 목표를 선별하고, 라벤더(Lavender) 시스템으로 공격 목표 3만7000여 개를 AI로 식별해 냈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이 전쟁 전에 사실상 ‘AI 공장’을 세웠다”고 했다.
◇AI 공격용 드론과 전투 트럭
방산 AI 기술은 전장 곳곳에 빠르게 적용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AI 드론 공격·방어 시스템이다. 독일 기반 방산 스타트업 ‘헬싱’은 AI 공격용 드론 HX-2를 지난해 말 공개했다. AI 기반으로 일회용 정밀 타격을 할 수 있고, 전파방해가 있는 환경에서도 AI가 자체적으로 표적을 재탐색·식별해 임무를 수행한다.
‘드론 군집 전술’도 주목받고 있다. 병사들이 사령관의 명령에 따라 협업하듯 개별 드론들이 AI의 판단과 지시로 협업하며 전장 상황을 이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통적으로 병사 한 명이 드론 한 대씩을 조종했지만, AI 드론 군집 기술의 발달로 병사 한 명이 수십~수백 기를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실제 미국·스위스에 본사를 둔 드론 운영체제(OS) 회사 ‘오테리온’은 지난달 3일 군집 드론용 소프트웨어 플랫폼 ‘네믹스’를 발표했다. 서로 다른 제조사의 드론을 하나의 소프트웨어로 묶어 ‘군집 비행’과 협동 공격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 외에도 미국 방산 소프트웨어 기업 팔란티어는 지난 3월 AI 기술이 들어간 전투용 트럭인 타이탄 2대를 미군에 납품했다. 타이탄은 다양한 센서로 전투 관련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다음, 실시간으로 병사들에게 전략적 정보를 제공하는 전투 지휘 차량이다. 또 방산테크 업체인 ‘쉴드AI’, 안두릴 등은 사람 대신 ‘AI 조종사’가 탄 무인 항공기와 자율 비행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전쟁은 기존 전쟁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일 것”이라며 “AI의 등장으로 영화에서만 봤던 무인 전쟁, 로봇 전쟁, 첨단 전쟁이 실제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실리콘밸리=강다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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