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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연금과 보험

    디지털 포기하는 보험사 이유는?… 유럽·일본은 규제 풀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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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비즈

    캐롯손해보험의 퍼아마일자동차보험. /캐롯손해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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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지털 손해보험사 캐롯손해보험이 한화손해보험에 흡수합병되면서 기대를 모았던 혁신이 실패로 돌아갔다. 보험업계에서는 유럽·일본처럼 디지털 보험사의 특징을 고려해 규제를 차등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규제 체계에서 디지털 보험사는 자본 확충에 쫓겨 혁신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2일 보험 업계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보험사 5곳 중 2곳이 디지털을 포기했다. 캐롯손보는 한화손보에 흡수 합병됐고, 하나손보는 대면 채널을 강화하고 있어 디지털 보험사라는 간판을 달기 어려워졌다. 남은 디지털 보험사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과 교보라이프플래닛, 신한EZ손해보험뿐이다.

    보험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인슈어테크’에 대한 투자 규모도 줄어들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매년 10건 안팎의 투자 유치 소식이 들렸는데, 2023년 이후에는 투자가 뚝 끊겼다고 전했다. 주택담보대출 등 금융권 전반에서 디지털화가 가속되고 있지만, 보험 시장만큼은 법인보험대리점(GA) 중심의 대면 채널이 강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초회 보험료 기준 생명보험의 비대면 채널(CM) 비율은 0.2%, 손해보험은 19.2%다. 손해보험의 비대면 채널 대부분도 자동차보험이다.

    디지털 보험사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로 획일적인 규제 적용이 손꼽힌다. 고정비는 낮고 사업비는 높은 신생 디지털 보험사에 대형 보험사 중심의 규제를 적용하다 보니, 자본 확충 부담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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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보라이프플래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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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표적인 것이 소프트웨어·개발비 등 디지털 관련 무형 자산의 회계 처리다. 디지털 보험사는 비대면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시스템 개발에만 수백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디지털 관련 무형 자산은 자산이 아닌 비용으로 처리돼 건전성 지표인 지급 여력 비율(킥스) 산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디지털 보험사는 IT 인프라에 수백억원을 투자하고 추가로 자본을 확충해 킥스까지 관리해야 하는 실정이다. 투자를 하면 할수록 자본 확충 부담이 가중되는 구조다.

    디지털 보험사가 모회사 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험사 지배 구조법 등에 따라 임직원 겸직이 금지돼 있기 때문이다. 모회사 인력은 물론 전산 시스템조차 공유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기본적인 인력·기술조차 지원받지 못하는 상황이라 생성형 인공지능(AI)이나 데이터 플랫폼 투자는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디지털 보험사를 위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킥스와 적기 시정 조치, 사업비 예실차 위험액 기준 등을 완화해 적용하자는 것이다. 인터넷 전문은행 토스뱅크 설립 당시 3년 동안 ‘바젤3′보다 규제 문턱이 낮은 ‘바젤1′이 적용되는 등 전례가 없던 것도 아니다.

    유럽과 일본은 규제를 비례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유럽은 연간 수입 보험료가 1억유로(약 1500억원) 이하면서 책임 준비금이 10억유로(약 1조5000억원) 이하인 소형·단순 보험사는 건전성 제도인 ‘솔벤시2’에서 완화된 규제를 받는다. 이보다 더 규모가 작은 보험사는 솔벤시2를 적용하지 않는다. 일본은 경제가치기반 지급여력제도를 도입, 소규모 보험사에 비례적 규제를 적용하고 있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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