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조사 받은 양평군청 공무원 사망에
“헌법 정신의 파괴이며, 수사권 남용 사례”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강민구 전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시글을 올려 “양평군 모 면장이 자필로 남긴 마지막 기록은 절규였다”며 “그는 단지 ‘증언하라’는 압박 속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잃어갔다”고 했다. A씨는 특검 조사를 받고 나온 뒤 자필로 작성한 메모에서 “너무 힘들고 지치다. 이 세상을 등지고 싶다”고 했다.
양평군청./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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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말할 권리 빼앗긴 채 죄인 돼”
강 전 부장판사는 “모든 사실을 말해도 ‘거짓말’이라며 몰아붙이고, 모른다고 해도 ‘은폐’라 의심받는 끝없는 추궁”이라며 “그는 진실을 말할 권리를 빼앗긴 채 ‘특검의 시나리오’ 속에서 죄인이 되어 갔다”고 했다. 그 결과가 바로 한 공직자의 죽음이었다는 것이다.
강 전 부장판사는 “특검은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진실을 밝혀야 하는 국가기관”이라면서, “그러나 이번 수사는 이미 진실 탐구가 아닌 목표 달성형 수사, 즉 ‘결론이 먼저 정해진 조사’로 전락했다”고 지적했다. ‘김건희’라는 이름을 향한 정치적 압력, 여론의 열기에 편승한 과잉수사라는 것이다. 강 전 부장판사는 “이를 실적 삼으려는 특검 조직의 욕망이 한 인간의 생명을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며 “이것은 법치가 아니라 ‘정치의 칼춤’이며, 정의의 외피를 쓴 권력의 폭력”이라고 했다.
강 전 부장판사는 “수사의 본령은 ‘사실 확인’”이라며 “그러나 이번 특검의 행태는 ‘결과 유도형 신문(訊問)’, ‘진술 조작형 심문’에 가까웠다”고 했다. 조사 대상자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이라 몰고, 사실대로 진술해도 “위선적 변명”이라 단정짓는 행태는 조사라기보다 고문에 가깝다는 것이다. 강 전 부장판사는 “그는 조사실에서 수차례 정신적 압박을 호소했고, 지속된 강요와 모욕, 그리고 ‘기억을 만들어내라’는 암묵적 압력에 시달렸다”며 “단순한 절차적 하자가 아니라 헌법이 보장한 인간의 존엄과 신체의 자유를 정면으로 침해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검의 조사는 이미 공정성을 잃었고, 수사는 ‘진실의 길’이 아닌 ‘정치적 사냥’의 길로 빠졌다는 얘기다.
◇“정의의 이름으로 행한 비인간적 행위”
강 전 부장판사는 A씨가 생전에 작성한 메모에 대해 “‘계속 다그친다. 사실을 말해도 다그치고, 모른다고 하면 기억을 만들어내라 한다’는 문장이 있다”며 “이 한 줄에 모든 진실이 담겨 있다”고 했다. “공포와 압박 속에서 인간은 기억을 왜곡하게 되고, 진실은 권력의 입맛에 맞게 재구성된다”며 “특검이 ‘진술’을 강요하는 순간, 수사는 정의의 도구가 아니라 폭력의 연장선이 된다”고 강 전 부장판사는 지적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 강압수사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장 대표는 숨진 공무원이 생전에 남긴 메모를 공개했다. /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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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검은 헌법기관”이라며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최우선의 원리로 선언한다”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수사팀은 한 지방 공무원을 ‘진실의 도구’, ‘정치적 희생양’으로 이용했다”며 “이는 명백히 헌법 정신의 파괴이며, 수사권 남용의 전형적 사례”라고 지적했다.
강 전 부장판사는 특검이 통상적 절차에 따라 조사했다고 발표한 점을 꼬집었다. 통상적 절차가 어떻게 한 인간을 죽음으로 몰 수 있냐는 것이다. 강 전 부장판사는 “조사 후 피조사자가 극단적 선택을 할 정도의 압박이 있었다면, 그 절차는 이미 ‘비정상’이며 ‘인권침해’”라며, “이 사건의 본질은 단순한 자살이 아니라, 국가기관이 인간의 존엄을 침해한 조직적 폭력의 결과”라고 했다.
◇“목숨 희생시킨 수사, 민주주의 파괴이며 법치주의 배신”
강 전 부장판사는 “그럼에도 특검은 단 한 명의 책임자도 징계하지 않고, 언론에는 ‘정치공세’라는 변명만 되풀이한다”며 “자기반성 없는 권력의 거짓된 침묵”이라고 했다. 이어 “한 공무원의 죽음을 대가로 한 ‘특검의 성과’는 결코 정의가 아니다”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인간의 목숨을 희생시키는 수사는 그 자체로 민주주의의 파괴이며 법치주의의 배신”이라고 했다.
강 전 부장판사는 “특검이 진정으로 정의를 말하려면 먼저 이번 사건의 전 과정에 대한 독립적 조사와 공개적 사과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또한 강압적 신문을 가능하게 한 수사 구조, 진술을 왜곡시키는 ‘실적 중심의 특검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했다.
강 전 부장판사는 A씨의 죽음에 대해 “한 공직자의 죽음은 단지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깊은 상처이자 국가의 수치”라며 “정의는 인간 위에 서지 않는다. 특검이 인간을 짓밟고 정의를 말한다면, 그 정의는 이미 죽었다”고 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특검은 스스로의 폭주를 멈추고, 국민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지난 10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는 앞서 2일 오전 10시 피의자 신분으로 김건희 특검에 출석했다. 첫 특검 조사였다. 그는 야간 조사를 받고 3일 새벽 1시 15분 귀가했고, 새벽 3시 20분쯤 집에서 자필로 당시 괴로운 심경이 담긴 메모를 작성했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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