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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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이 스토킹 범죄자에게 1심에서 실형을 선고하는 비율이 매년 줄어드는 것으로 13일 나타났다.
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 2021년 10월부터 올해 6월까지 스토킹 범죄로 기소돼 1심이 선고된 사람은 8097명이었다. 이 가운데 실형을 받은 사람은 1448명(17.8%)이었다. 경범죄로 처리해 오던 스토킹을 최대 징역 3년형(흉기 휴대 시 최대 5년)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국회가 별도의 법(스토킹 처벌법)을 만들었지만,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스토킹 범죄의 1심 실형 비율은 2022년 22.7%에서 2023년 17.3%, 작년 17.5%, 올해 상반기 16.7% 등으로 갈수록 줄고 있다. 지난해 전체 형사사건 1심 실형 선고율이 33.6%인 것과 비교하면 스토킹 범죄는 절반 수준밖에 안 된다. 스토킹 범죄를 저지르고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사람은 매년 30% 안팎이었고, 벌금형을 받은 사람은 2022년 22.5%에서 계속 늘어 올 상반기 기준 41.2%까지 증가했다.
스토킹에 대한 가벼운 처벌이 더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서울 강남의 연기 학원에서 알게 된 여성을 스토킹한 혐의로 작년 1월 벌금 70만원형을 받았는데, 6개월 만에 학원에 다니는 다른 여성에게 82차례 메시지를 보내 또 기소됐다. A씨는 두 번째 피해자 얼굴에 나체 사진을 합성해 유포하겠다고 협박하고 ‘오빠야가 스토킹 전과가 있어요. 벌금형 감인데 오빠가 집에 돈이 좀 있어’라는 메시지도 보냈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은 “피고인이 동일한 유형의 범행을 반복하고 있고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어 엄벌이 불가피하다”며 징역 1년을 선고했다.
B씨는 작년 11월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한 달간 255차례 전화를 거는 등 스토킹해 올해 3월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자, 이에 화가 나 피해자를 폭행해 뇌진탕 상해를 입힌 혐의(스토킹·보복상해 등)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피해자 집 계단에서 5시간 기다리다가, 귀가하는 피해자 머리를 돌로 내려치고 ”죽이겠다”고 말하며 주먹과 발로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지난 6월 부산지법 동부지원 1심에서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이런 가운데 법원은 작년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는 ‘잠정 조치’의 하나인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272건 중 106건(38.9%)만 인용했다. 접근 금지(94.4%), 전화·문자 등 금지(94.6%) 등에 비해 가해자와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분리할 수 있는 조치에 법원이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박 의원은 “스토킹은 그 자체로도 범죄이지만 다른 범죄로 가는 통로이기도 하다”며 “잠정 조치부터 재판까지 전 과정에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엄벌 기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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