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혁 주일 한국대사가 18일 일본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선서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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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 주일 한국대사가 18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뒤를 이을 신임 총리에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선출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대사는 일본 도쿄 주일 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카이치 총재가 차기 일본 총리로 선출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거의 선출이 된다고 봐도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4일 자민당 총재에 당선된 다카이치 총재는 오는 21일 국회 총리 지명 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자민당은 1999년 이후 연립정당을 꾸렸던 공명당이 지난 10일 돌연 ‘연립 이탈’을 선언한 데다, 제 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다른 야당들과 총리 후보 단일화를 위한 협상에 나서면서 집권당 자리를 뺏길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재가 중의원(하원) 의석 35석을 가진 일본유신회와 담판 협상을 통해 연립정당 결성을 위한 최종 합의 단계에 진입하면서 차기 총리직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원내각제인 일본에선 사실상 중의원(하원·전체 465석) 선거를 통해 새 총리를 뽑는다. 1차 선거에서 과반을 넘는 후보가 없으면 상위 1∼2위가 결선에서 다득표로 신임 총리를 선출한다. 현재 196석인 자민당이 일본유신회(35석)와 손잡으면 과반(233석)에 2석 차까지 접근할 수 있다. 야당 전체가 단일화를 하지 않는 이상 다카이치 자민당 총재가 새 총리에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입헌민주당이 주도한 야당의 ‘총리 후보 단일화'는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이 대사는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가 되는 상황과 관련해 “실제 총리가 됐을 경우에는 대외 관계를 그르치면 안되기 때문에 (배외주의나 우경화 등에 대한 우려는) 어느 정도 재고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짚었다. 또 차기 일본 정부와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현재 우호적 관계를 바탕으로 서로 국익에 도움이 될 여러 분야에서 교류·협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차기 일본 정부에서 과거사 문제 관련 전망도 제시됐다. 우선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동원 희생자들과 관련한 ‘사도광산 추도식’과 관련해서는 다음달 한국 정부와 유족들이 참석하는 별도 추도식이 열릴 전망이다. 이 대사는 사도광산 추도식 일정과 관련해 ”다음달 하순 정도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한국 정부의 동의를 얻는 조건으로 일제강점기 이곳에서 강제동원 끝에 희생된 이들을 위한 추도식을 해마다 열기로 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 추도사에 ‘조선인 강제동원’ 관련 언급이 담기지 않았고, 한국 정부와 유족들이 이 점을 지적하며 행사에 불참한 뒤 별도 추도식을 개최하는 파행이 일어났다. 이어 올해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일본 쪽은 지난달 13일 한국인 피해자 유족이나 한국 정부 관계자들의 참여없이 독자적인 추도식을 열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도광산의 강제동원 조선인 피해자 명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기도 했다.
외통위 위원들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노동자들이 희생됐던 또다른 장소인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조세이탄광의 유해 발굴과 관련한 적극적 대처도 주문했다. 1942년 2월 해저탄광인 조세이탄광에선 갱도위를 짓누르던 바닷물이 탄광에 난 틈을 파고들어 수몰사고가 일어났고, 이 사고로 183명이 숨졌다. 희생자 중 74% 가량인 136명이 조선인이었다. 일본시민단체 ‘조세이 탄광의 물비상(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모임’(새기는 모임)이 시민모금 등을 통해 지난해 10월 해안가에 묻혔던 갱도 입구를 82년 만에 찾아냈고, 전문 잠수사를 투입해 지난 8월 희생자 것으로 추정되는 두개골 등을 일부 발굴한 바 있다. 이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유해 발굴 지원을 지시해 새기는 모임과 정부 당국이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새기는 모임 쪽은 한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해왔다. 이에 대해 대사관 쪽은 “조세이탄광 희생자 유골 발굴은 인도주의적인 문제로 일본 측과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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