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안 美입장은 무역 양보 견인 카드로
APEC 회동 확인… “환상적 합의 할 것”
2017년 11월 9일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기업 지도자 행사가 열린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을 떠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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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협상 지렛대를 키우고 있다. 동맹국 호주로 공급망을 확장해 ‘희토류’라는 중국의 최대 무기를 무디게 만들고, 새삼 대만 안보 문제를 언급해 중국의 무역 양보와 교환 가능한지 타진해 보는 식이다. “환상적 합의가 될 것”이라고 짐짓 장담하며 파국 대가인 대(對)중국 초고율 관세를 환기시키기도 했다.
“1년 뒤면 희토류 흔해질 것”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를 만나 희토류와 핵심 광물의 안정적 확보를 위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했다. 양국은 향후 6개월간 총 30억 달러(약 4조2,000억 원) 이상을 핵심 광물 프로젝트에 공동 투자할 예정인데, 회수할 수 있는 자원 가치가 530억 달러(약 75조 원)에 이른다고 백악관은 설명했다. 미국은 호주 외에 베트남 등 희토류 매장량이 많은 다른 국가들과도 손을 잡는다는 방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약 1년 뒤면 우리는 어떻게 처리해야 모를 정도로 많은 핵심 광물과 희토류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조 협약은 세계 최대 희토류 수출국인 중국의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려는 취지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15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희토류 통제를 ‘중국 대 세계’ 구도로 규정하며 미국과 힘을 합칠 것을 동맹국들에 촉구했다. 20일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 명의로 낸 성명도 같은 맥락이다. 14일 중국 상무부가 한미 조선 협력 핵심 회사인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을 제재한 것을 규탄하려는 목적의 이날 성명에서 그리어 대표는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 통제 시도에 맞서 동맹국의 대미 투자를 계속 장려하겠다”고 밝혔다.
‘대만 독립 반대’ 카드 꺼내나
이날 호주와의 정상회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 대만 간 양안 문제를 이례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은 그런 일(대만 침공)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일축하며 미국의 군사력이 압도적 최강이라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들었다.
2019년 6월 29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일본 오사카에서 도널드 트럼프(왼쪽) 당시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양자 회담을 앞두고 나란히 서 있다.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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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은 이런 낙관을 자국 지지로 믿고 싶은 기색이다.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7일 공개된 미국 라디오 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만에 대한 무력 공격을 영구적으로 포기하도록 시 주석을 설득한다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에게 양안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가변적인 대중 협상 카드일 공산이 크다.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 정도가 1979년 대중 수교 뒤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온 미국 정부의 일관된 외교 수사였는데, 트럼프 대통령도 이를 승계할지는 모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무역 합의에 매달린다는 점을 간파한 시 주석이 이를 활용해 ‘대만 독립 반대’로 방향을 틀어 달라고 그를 설득하려 한다는 게 지난달 말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였다. 20일 전직 미국 국무부 고위 관료도 일부 아시아 언론 대상 간담회에서 보도의 개연성에 동의했다.
“미중 디커플링은 정답 아니다”
이변이 없는 한 미중 정상은 이달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취재진에 조만간 시 주석과 “양측이 만족하는” “공정하고 환상적이고 강력한” 무역 협정을 체결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발언 과정에서 막판 진통 중인 한미 무역 합의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다만 “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현재 55%인 대미 관세가 11월 1일 155%까지 인상될 수 있다”는 위협도 빼먹지 않았다.
회담 예상 의제로는 중국의 △희토류 통제 해제 △대두(콩) 수입 △펜타닐(합성 마약) 단속 등과, 미국의 △관세 인하 △첨단 기술 통제 완화 △대만 독립 반대 등이 꼽힌다. 희토류·대두 같은 중국의 협상 지렛대는 약하게 만들고, 관세·대만 등 자국의 카드는 양보 견인 수단으로 최대한 활용해야 하는 게 미국의 과제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더 중시하는 것은 안보보다 무역 합의라는 게 중론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 행정부의 대중 외교 주도권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재무부로 넘어간 게 방증이라고 전 국무부 고위 관료가 이날 간담회에서 분석했다. 이 전직 관료에 따르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등 대중 매파의 침묵도 트럼프 대통령 뜻이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이 올바른 해법이라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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