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 우파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21일 제104대 일본 총리로 공식 취임했다. 1885년 내각책임제를 도입한 일본 헌정 사상 최초의 여성 총리다.

다카이치 신임 총리는 이날 도쿄 왕궁에서 나루히토 일왕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총리 임기를 시작했다. 앞서 그는 중의원(하원) 총리 지명선거에서 총 465표 중 과반선(233표) 이상인 237표를 얻었다. 자민당(196석)과 새로운 연정 상대인 일본유신회(35석) 외에도 무소속 의원 일부가 그에게 표를 던지면서 결선투표 없이 승리를 확정했다.

우여곡절 끝 취임 자민당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운데)가 21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중의원 임시회의에서 새 총리로 선출된 뒤 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일본 헌정 사상 첫 여성 총리에 오른 그는 내부적으로는 ‘여소야대’ 속에 국정을 운영하고, 대외적으로는 한국, 중국 등과의 복잡한 동북아 정세에 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도쿄=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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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이치 총리는 남성·세습 정치인이 주류인 일본 정계에는 드문 여성·비세습 정치인이다.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맡으며 ‘유리천장’을 깼다. 지난 4일엔 3수 끝에 집권당 총재로 선출됐다. 주요 7개국(G7) 중 여성 정상이 나온 것은 미국, 프랑스를 제외하고 다섯 번째다. 남편 야마모토 다쿠 전 자민당 의원은 일본 최초의 퍼스트 젠틀맨이 됐다.

그간 한국에 강경한 태도를 보여온 다카이치 총리는 이달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이펙) 정상회의를 계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처음 회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와 셔틀외교를 복원하고 협력 기조를 이어온 한·일관계의 향방을 엿볼 수 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한국어와 일본어로 글을 올려 다카이치 총리의 취임을 축하했다. 이 대통령은 “이 중대한 시기에 다카이치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며 “경주에서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밝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에 앞서 27∼29일 일본을 찾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갖고 관세 합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는 한편 한·미·일 협력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도쿄=유태영 특파원, 이강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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