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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이슈 하마스·이스라엘 무력충돌

    국제사법재판소 "이스라엘, 굶주림을 전쟁 무기로 사용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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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 '하마스 연계' 주장하면서 유엔 방해
    "이스라엘 주장 근거 없어…인도적 지원 의무"


    한국일보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사법재판소(ICJ) 법정에서 22일 전 세계 변호사와 판사들이 모여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영토 지원 의무 관련 첫 심리를 진행하고 있다. 헤이그=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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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의 최고 법률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이 유엔 구호 활동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가자지구에서 유엔 단체의 구호 활동을 저지한 이스라엘의 조치에 정당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ICJ는 22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 법정에 모여 4쪽짜리 권고적 의견을 통해 "이스라엘은 국제 인도주의법에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며 가자지구 내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기본적 필요를 충족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연루돼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해 10월 UNRWA와 협력을 중단하고 구호품 전달을 방해했다. 이로 인해 최근까지 가자지구에 대한 모든 유엔 원조가 전면 차단됐다,.

    ICJ는 이스라엘이 유엔 헌장에 명시된 유엔의 면책 특권을 침해했으며, 점령 세력으로서 인도주의 의무를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ICJ는 "점령국은 점령지 내 모든 인도주의 활동 중단을 정당화하기 위해 결코 안보상 이유를 들 수 없다"며 "민간인의 굶주림을 전쟁 무기로 사용해서는 안 되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강제로 이주시키거나 추방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ICJ는 이어 "이스라엘은 UNRWA 소속 직원들이 하마스와 연계됐다는 주장도 입증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팔레스타인 난민 소녀가 9일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에서 아기와 함께 UNRWA가 운영하는 학교에 대피해 있다. 칸유니스=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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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J의 판결은 이스라엘에 법적 구속력을 갖진 못하지만 정치적 영향력을 지니며 법에 대한 권위 있는 해석으로 간주된다고 영국 BBC방송은 전했다. 팔레스타인을 대변하는 폴 라이클러 변호사는 "기아를 전쟁에 활용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점과 함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민간인에게 식량이 공급되는 것을 고의로 막았다고 판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날 엑스(X)를 통해 "ICJ의 의견을 단호하게 거부한다"며 이스라엘은 국제법에 따른 의무를 완전히 준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는 국제법을 가장해 이스라엘에 정치적 조치를 취하려는 또 다른 시도"라고 덧붙였다. 미국 국무부도 X에 올린 성명에서 "ICJ의 부패한 결정"이라며 "이스라엘을 부당하게 공격하고 하마스 테러에 깊이 연루되고 물질적 지원을 제공한 UNRWA에 면죄부를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판결로 이스라엘의 유엔 회원국 자격 정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대량학살 범죄를 저질렀는지 여부에 대해 세계 법원의 선고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번 ICJ 판결은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중요한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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