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육로로 마약 들어올 것" 언급
마두로 "미친 전쟁... 정권 교체 시도"
미국 B-1 폭격기의 모습. 국방부 제공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를 향한 군사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마약 소탕을 명분으로 베네수엘라 인근에서 선박을 격침해온 트럼프 미 행정부가 이번엔 폭격기를 보낸 데 이어, 해상 유통이 막힌 마약 밀매단들이 육로를 이용할 수도 있다며 베네수엘라를 향한 지상 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마약 단속은 명분에 불과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를 시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텍사스 다이스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미군 B-1 폭격기 2대가 베네수엘라 근처를 비행했다"고 전했다. 다만 베네수엘라 영공을 침범하진 않고, 국제 공역에 머무른 것으로 전해졌다. B-1은 초음속 비행이 가능한 데다, 최대 약 34톤의 폭탄을 탑재하는 게 가능해 미국 공군 전력의 핵심 축으로 꼽힌다.
미국은 지난달부터 마약 단속을 명분으로 중남미 국가 선박을 격침하고 있다. 마약 운반선을 공격해 미국으로 들어오는 마약을 막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카리브해를 오가는 선박이 공격 대상이었지만, 최근엔 동태평양으로까지 작전 지역을 넓혔다. 이 같은 미국의 해상 공격으로 지금까지 선박 9척이 파괴됐고 37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 베네수엘라를 향한 지상 공격 가능성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선박 격침으로 인해 마약의) 해상 운반이 줄어들었고, 이제 육로로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렇다면 지상에서도 공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행보에 '돈로 독트린'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온다. 이는 먼로 독트린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합친 것이다. 아메리카 대륙 내 미국의 영향력은 강화하되 그 외 지역에선 개입을 자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외정책 기조가 제임스 먼로 전 미국 대통령이 천명했던 먼로 독트린과 유사해 비롯됐다.
베네수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권 교체를 노리고 공격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미친 전쟁은 제발 그만"이라며 "평화, 평화, 영원한 평화"라고 호소했다. 마약 밀매를 방치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타깃이 된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도 미국의 폭격기 비행을 비판했다. 페트로 대통령은 "미군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살인을 일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상 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미국 의회에서도 베네수엘라를 향한 공격 근거가 모호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만 과반을 장악한 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행동을 제한하려는 시도를 거부하고 있다.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상 공격을 위해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나"라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