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두로 겨냥 군사작전 시사
미 B-1 폭격기/미 공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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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좌파 독재 정권을 겨냥한 군사 작전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마두로는 이에 맞서 러시아산 휴대용 대공 미사일 5000발을 배치한 사실을 공개하는 한편, 국민 감시에 악용될 수 있는 스마트폰 앱 개발을 지시하며 내부 통제에 나섰다.
◇美, 무력으로 마두로 정권 교체?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23일 미국 텍사스주 다이스 공군기지에서 B-1 랜서 전략폭격기 2대가 출격해 베네수엘라 인근 카리브해 방면으로 비행했다. B-1은 폭탄을 최대 34t 탑재해 목표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고위력 초음속 폭격기다. 미국이 B-1을 카리브해에 띄운 것은 언제든 이 지역을 타격할 수 있다는 ‘무력 시위’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는 보도에 대해 “정확하지 않은 정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우리는 여러 이유로 베네수엘라에 만족하지 않는다. 마약 문제도 그중 하나”라고 밝혔다.
마약 문제를 미국의 국가 안보 문제로 보는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월 ‘트렌 데 아라과(TdA)’를 비롯한 베네수엘라 기반 마약 조직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했다. 8월엔 마약 차단을 명분으로 카리브해에 이지스 구축함을 비롯한 해군·해병대 병력을 배치했고, 지난달엔 ‘마약 운반선’을 잇따라 격침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 과정에서 지금까지 최소 30여 명을 사살하며 마두로 정권을 압박했다. 지난주에는 미 공군과 해병대가 베네수엘라 해안과 가까운 지역에서 B-52 폭격기와 F-35B 전투기를 동원한 훈련을 벌였다. 국방부는 이 훈련이 실제 작전을 염두에 둔 “공격 시연”이라고 설명했다.
그래픽=김성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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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해상·공중 압박을 넘어 지상 작전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난 트럼프는 “베네수엘라에서 곧 지상 작전이 펼쳐질 것”이라며 “작전 계획은 미리 의회에 알릴 예정이다. 아마 극좌 미치광이들을 제외하고는 좋아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선전포고는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나라로 마약을 밀반입하는 사람들은 그냥 죽일 것”이라고 했다.
미 의회 일각에서 “(군사 작전의) 명확한 법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공화당이 상·하원을 모두 장악한 의회에서 트럼프의 군사 행동에 제동을 걸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은 상황이다. 미 정치권에서는 마약 단속이라는 명분 뒤에 마두로 정권을 교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마두로는 지난해 대선에서 3선(選)에 성공했지만, 미국은 득표율 합계가 100%를 넘는 등 부정(不正) 정황이 뚜렷한 선거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마두로와 측근들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왔다.
지난 8월에는 마두로가 “세계 최대 마약 밀매업자 중 하나”라고 비난하면서, 그의 체포와 관련한 정보에 대한 보상 금액을 2500만달러(약 359억원)에서 5000만달러로 올렸다. 지난 15일 중앙정보국(CIA)이 베네수엘라에서 살상을 포함하는 ‘비밀 공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트럼프가 승인한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서 ‘마두로 정권 교체설’은 더욱 힘을 얻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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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두로는 “결사 항전”
마두로는 전시(戰時) 분위기를 조성하며 항전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마두로는 지난 8월 미국의 압박에 맞설 민병대 450만명 동원령을 내렸다. 이달 22일엔 TV 연설을 통해 러시아산 휴대용 대공 미사일 ‘이글라(IGLA)-S’ 5000발을 전국 주요 방공 거점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평화를 보장하기 위해 마지막 산, 마지막 마을, 마지막 도시까지 미사일과 운용 인력을 배치했다”고 했다. 이글라-S는 최대 요격 고도 3.5㎞의 단거리 방공 무기로, 저공에서 비행하는 항공기를 격추할 수 있다.
마두로 정권은 내부 통제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스페인 매체 엘파이스는 마두로가 최근 “국민이 보고 듣는 모든 것을 24시간 당국에 신고할 수 있는 휴대전화 앱을 개발하라”고 군부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마두로는 앱 개발 목적이 “민중 정보망을 강화해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일각에서는 정권의 위기 상황에서 시민들이 서로 감시하는 ‘빅브러더’식 통제 사회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하고 있다.
[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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