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47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에 참석해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얘기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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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대규모 정상외교 무대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가 26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막했다. ‘포용성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47차 아세안 정상회의에서는 역내 경제협력 강화와 사이버·사기 범죄 대응, 남중국해 분쟁과 미얀마 내전 등 역내 분쟁 완화 방안 등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다.
오는 28일까지 열리는 이 회의에는 아세안 정상과 더불어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리창 중국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등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참석한다.
매년 11월께 회원국들이 돌아가며 주최하는 아세안 정상회의는 동남아시아 국가 간 상호협력 증진을 위해 공동체를 형성하고 더 나아가 유럽연합처럼 국가연합이 되는 것을 최종 목표로 하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은 공식적으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타이, 베트남, 브루나이 등 10곳이었지만, 이날 동티모르가 2011년 아세안 가입을 신청한 지 14년 만에 11번째 회원국으로 인정받으면서 11곳으로 늘어났다.
아세안 정상회의는 아세안 회원국 외에도 한·중·일과 더불어 미국, 러시아,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인도, 유럽연합(EU), 영국 등 11개 ‘완전 대화 상대국’과 브라질, 모로코, 노르웨이, 파키스탄, 남아공, 스위스,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 등 8개국으로 구성된 ‘부분 대화 상대국’의 자발적인 참여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들 국가는 아세안 회원은 아니지만 정기적인 협력과 정상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공식 파트너’다.
특히 2기 집권 이후 아시아 순방에 처음 나선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이날 오전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타이와 캄보디아 간 평화협정 서명식을 안와르 총리와 함께 주재했다. 이는 그간 노벨평화상 수상 의지를 드러낸 트럼프 대통령이 아세안과 타이·캄보디아에 자신이 주재하는 평화협정 서명 행사를 아세안 정상회담 기간에 열 것을 요구해 성사됐다고 알려져 있다. 아누틴 찬위라꾼 타이 총리도 이날 서명식에 참석하지만, 지난 24일 별세한 마하 와찌랄롱꼰 타이 국왕의 어머니이자 타이 왕실의 ‘큰 어른’인 시리낏 왕대비를 애도하기 위해 아세안 정상회의 본행사는 건너뛰고 곧바로 귀국한다.
캄보디아와 타이는 지난 7월 영유권·국경 분쟁 관련 충돌로 5일간 전투했다. 이에 수십명이 사망하고 수만명이 피난을 떠났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협상을 무기로 양국에 자제를 요구했다. 양쪽은 휴전에 돌입했지만,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왼쪽부터), 아누틴 찬위라꾼 타이 총리,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47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 중 타이-캄보디아 간 휴전 협정 체결식 후 문서를 들어보이고 있다. 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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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50% 고율 관세 부과를 놓고 강한 대립을 보여온 브라질과의 외교 관계 개선을 위해 룰라 대통령과도 회담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룰라 대통령과의 회동을 기대하며 관세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룰라 대통령도 앞서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확정은 되지 않았지만, 매우 기대되는 자리”라고 밝힌 바 있다. 오늘 30일 경주에서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6년 만의 회담을 앞두고 미·중 대표단은 쿠알라룸푸르에서 희토류·관세 문제를 놓고 긴장 완화를 위한 고위급 무역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은 미국의 무역 압박을 완화하기 위해 다른 주요 경제국과의 통상 협력 강화를 모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오는 27일 아세안 국가들과 한국·중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15개국이 참여한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정상회의가 열린다. 2020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 서명 이후 처음 열리는 정상회의에는 아세안과 한·중·일 및 호주, 브라질, 남아공 등이 참석해 자유무역 시장 확대에 대한 논의를 할 전망이다.
국제적 문제로 주목받고 있는 캄보디아·미얀마 등지의 범죄단지에 대한 현안도 이번에 주요 의제로 다뤄질 수 있다.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전날 타이 외무부에서도 아세안 정상회의의 장관급 회의에 앞서 국제 사기 범죄와의 싸움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히며 “이는 단순히 지역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우선순위로 다뤄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타이 당국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아세안 지도자들이 미국과 중국 등 대응국들과 만나 범죄 문제와 관련해 공동대응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방콕포스트는 이러한 성과가 정상 공동 성명에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도 오는 27일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등을 협의할 방침이다. 아세안은 남중국해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협상과 미얀마 내전 문제도 논의할 계획이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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