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 도착해 환영식을 한 공연자들과 함께 춤을 추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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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개국 정상들이 참석하는 제47회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가 26일(현지시간)부터 3일간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무역 협상과 초국적 범죄조직 대응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아세안 의장국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이날 개회사에서 “세계 경제가 지각 변동에 마주한 지금, 여유롭게 지낼 여유가 없다”며 “아세안은 새로 협력할 용기를 갖는 한편 기존 협력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AP통신 등 외신들은 아세안을 기회로 각국 정상이 미국 측과 관세협상을 벌이거나, 자유무역 시장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중국 기업의 수출 우회로인 동남아시아 국가(싱가포르 제외)에 19%~40%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아세안 정상회의와는 별도로 미·중 고위급 무역 대표단은 전날부터 27일까지 쿠알라룸푸르에서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50% 상호관세를 부과한 브라질과도 무역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그는 전날 대통령 전용기에서 자신의 ‘앙숙’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과의 회동을 기대하고 있으며 관세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브라힘 총리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회담을 벌이고 무역과 안보 논의를 할 계획이다. 회담에 앞서 이브라힘 총리는 직접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을 찾아 전용기에서 내린 트럼프 대통령을 환대했다. 말레이시아 환영단이 음악에 맞춰 손뼉을 치자 트럼프 대통령이 환영단에 다가가 함께 춤을 추는 모습도 중계 화면에 포착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 참석에 앞서 같은 날 태국·캄보디아 평화협정 서명식에 참석했다. 양국은 지난 7월 영유권 분쟁과 양국 군 총격을 계기로 일어난 군사 충돌을 멈추기로 합의했다. 미국 측은 자신들의 중재로 국경 지대가 평화로워졌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캄보디아 야당은 양국 군의 소규모 충돌이 이어지고 있으며 갈등의 근본 원인인 국경 문제가 정리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는 지난 24일 마하 와찌랄롱꼰 태국 국왕의 어머니이자 푸미폰 야둔야뎃 전 국왕(라마 9세·1927∼2016)의 부인인 시리낏 왕대비(93)가 서거하면서 이날 태국·캄보디아 평화 협정식에만 잠깐 참석했다가 귀국했다. 그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방한 일정도 취소했다.
26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제47차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정상회의 전 하우 칸 숨 미얀마 군정 외교부 차관(왼쪽부터), 당 황 지앙 베트남 외교부 차관, 로렌스 웡 싱가포르 총리, 아누틴 찬위라쿨 태국 총리, 자나나 구스마오 동티모르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술탄 겸 총리,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 손엑사이 십판돈 라오스 총리가 기념 촬영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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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와 라오스, 미얀마, 태국 내 범죄 단지 문제도 이번 아세안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과 영국 정부가 범죄 단지 운영 기업에 대한 제재에 나서고 한국 정부도 캄보디아에 범죄조직 단속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정상들이 온라인 사기 범죄 근절 방안을 발표할지 주목된다. 이재명 대통령도 오는 27일 훈 마넷 캄보디아 총리와 만나 관련 범죄 공조에 관해 협의할 예정이다.
아세안은 지난달 ‘국제 범죄 대응 장관급 회의’를 열고 초국적 범죄에 맞서기 위해 범죄 집단의 불법 자금 세탁 방지 실무 그룹을 만들고, 국경 감시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인구 140만의 동티모르가 아세안 회원국으로 승인됐다. 이로써 동티모르는 브루나이,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라오스, 말레이시아, 미얀마,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에 이어 열한 번째 아세안 회원국이 됐다. 지난해 기준 인구 6억8800만명, 국내총생산(GDP) 약 3조9000억달러(5615조원) 규모의 아세안의 영향력은 더울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지리적으로 호주와 가까운 동티모르는 450년여간 포르투갈의 식민 지배를 받다가 1975년 독립했고, 다시 인도네시아의 지배를 받다가 2002년 독립했다. 2011년 아세안 가입을 신청했다. 인구 40%가량이 빈곤층인 이 나라에서 최근 동티모르 청년들은 부패한 정부에 항의하며 ‘아시아 Z세대 시위’ 물결에 합류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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