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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토마호크보다 절실한 건 트럭”···우크라이나 전선, 기초 자원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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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러시아군의 드론 공격을 받아 불에 타고 있는 우크라이나 장갑차.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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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장거리 순항미사일 ‘토마호크’ 지원을 요청하며 전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전장의 현실은 ‘첨단무기 부족’이 아닌 ‘기초 자원 붕괴’의 위기라는 현지 매체 보도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키이우인디펜던트는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최전선에서 수송용을 포함한 군용 차량 부족이 전투 능력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고 전했다.

    차량 부족은 러시아의 집중적인 무인기(드론) 공격 때문이다. 러시아군은 한꺼번에 세 대의 드론을 투입해 먼저 정찰 드론으로 목표 차량을 포착한 뒤 이어서 복수의 1인칭 시점(FPV) 드론으로 타이어와 엔진을 노리는 방식의 연쇄 공격을 감행한다.

    이호르 중대장은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러시아 드론의 집중 공격으로 현재 작동 가능한 중대 차량이 두 대뿐이라며, 나머지 세 대는 드론 공격이나 열악한 도로 사정으로 사실상 폐차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장갑차는 러시아의 우선 타격 목표라 금세 파괴되고, 방호 차량도 소음과 느린 가속 때문에 FPV 회피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59공격여단 소속 전차중대장인 안톤도 “탱크와 포탄은 충분하지만, 탑승 인원을 전선으로 실어 나를 차량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24는 지난 14일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과 세계보건기구(WHO) 소속 트럭 행렬이 의약품을 싣고 이동하던 중 최소 세 대의 러시아 FPV 드론 공격을 받아 트럭 두 대가 파손되고 일부 구호품이 소실됐다”고 전했다. FPV 드론은 폭발물을 탑재한 채 카메라로 실시간 영상을 전송하고, 조종자는 가상현실(VR) 헤드셋을 통해 드론 시야를 보며 목표를 유도한 뒤 폭파하는 방식으로 운용돼 정확도가 높다는 것이다.

    FPV 드론의 사거리가 약 20㎞로 늘어나면서 전선에서 5㎞ 떨어진 지역까지도 ‘회색지대’로 변했다. 차량은 병력을 전방 500m~1㎞까지 수송할 수 있으나 도로 파손이나 공격 등으로 금세 망가진다. 부대원들은 차량 수리비를 사비로 충당하고 있으며, 모금에 의존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전했다.

    자선단체 ‘컴백얼라이브’의 조달 책임자인 블라디슬라브 우룹코우는 “보병 중대가 인원 수송, 식량·무기 보급 등 여러 임무를 동시에 수행해야 하지만 현실은 차 한 대로 모든 임무를 감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또 2022년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픽업트럭과 미니버스의 수요가 가장 높고, 최근에는 험지 이동용 오프로드 오토바이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도 같은 날 “FPV와 무인 폭격기 등 소형 드론이 상대의 장갑차와 수송차를 저비용으로 무력화시키며 전투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공격과 전자전(EW)으로 드론이 끊임없이 격추되거나 교란되면서 우크라이나군은 드론 부족에도 시달리고 있다. 수미주 전선에 배치된 제80공중강습여단의 일리아 중대장은 “지금은 드론부터 인력까지 모든 것이 부족하다”며 “지휘부의 보급 상황이 심각하게 열악하고 국가는 이 결핍을 해소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필요한 물자는 모두 스스로 사야 한다”고 말했다. 일리아는 정찰용 드론 부족으로 전방 5㎞ 밖을 파악하지 못해 러시아의 병참선을 교란할 능력을 잃었다며 “현재 공급되는 드론의 10배는 더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인력 부족을 근본적인 문제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은퇴한 대령인 세르히 흐랍스키는 “잘 훈련된 예비군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2023년 이후 자원입대자가 급감하면서 우크라이나 병력난은 계속 심화하고 있다. 특히 전투 경험이 많은 부대일수록 병력 공백이 크다. 일부 병사들은 몇 주, 혹은 몇 달째 교대 없이 전선에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징집 인원을 늘리는 것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정치적으로 큰 부담으로 작용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과제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을 요청했으나 지난 17일 미·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는 회의적인 답변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4일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까지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 제공을 요청한 것은 갈등을 확대하려는 시도”라며 “그런 무기가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데 사용되면 압도적이라 말할 수는 없더라도 아주 심각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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