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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이태원 참사

    ‘소리내어’ 사랑, 위로, 그리움 털어놨다…“당신이 잊히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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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이태원 참사의 희생자 고 이상은씨의 이모 강민하씨가 29일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이해 녹사평역 이태원 광장에서 열린 낭독문화제 ‘소리내어\'에서 발언하고 있다. 정봉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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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에도 수십번 너의 인스타그램을 들여다봐. 그곳은 어때?” “녹색 재킷과 흰색 셔츠를 입은 젊은 분. 당신이 잊히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29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 광장을 위로와 공감의 말들이 가득 메웠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는 이날 이태원 참사 3주기를 맞이해 녹사평역 이태원 광장에서 낭독문화제 ‘소리내어'를 열었다. 시민대책회의와 자원활동가들은 지난 3년간 시민들이 참사 현장에 남긴 애도의 메시지를 수거해 보존하는 ‘이태원 기억 담기’ 활동을 진행해왔다. 이 자리에서 유가족과 생존자는 담담하게, 때로는 떨리는 목소리로 희생자에게 보내는 추모편지를 낭독했다.



    낭독을 자원한 시민들은 무대 위에 올라 누군지 모를 다른 시민이 건넨 위로의 메시지를 읽었다. “내가 겁이 많아서 이제야 왔어. 너무너무 미안해. 너 닮은 토끼 인형이라도 남기려고 데려왔는데, 차마 너가 가장 고통스러웠을 이곳에 둘 수는 없겠더라. 너처럼 제일 예쁘고 화려한 꽃 들고 갈게.”



    가족과 지인을 잃은 이들의 메시지에는 ‘사랑’이라는 단어가 가득했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왔다. 항상 사랑하는 우리 손자 늘 보고 싶다”, “정말 사랑했던 저의 담임선생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큰아빠 사랑해요. 꿈에서 같이 놀아요.”



    생존자들의 상처는 깊어서, 피해자가 느끼지 말아야 할 죄책감까지 느끼고 있었다. “그 당시 출동 나갔던 구급대원입니다. 미안하고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평생 기억하겠습니다”, “저보다 더 오래 압박받으면서 많이 힘드셨을 텐데 부디 좋은 곳 편안히 가시길 기도드립니다.”



    피해생존자 ㄱ씨는 “후회와 아픔이 가득 찬 채로 3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혐오에 마음 쓰지 말고 어떻게 하면 안전하게 서로를 위할 수 있는지부터 생각하겠다”고 울먹이며 말했다. ㄱ씨는 “안전에 대해 지켜지지 않은 게 많았고, 사고가 일어난 뒤에도 서로 비판하기 바빴다. 우리는 모두 다 사랑해야 하는 존재”라고 했다.



    유가족들은 3년의 세월도 메울 수 없는 ‘슬픔과 상실감’을 털어놨다. 고 이상은씨의 이모 강민하씨는 “3년이 지나도 유가족이 외치고 있는 질문들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았다. ‘해결되지 않았고 곧 해결될 것 같아 보이지 않고 앞길이 아직도 답답하고 그래서인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강씨는 “그럼에도”라고 덧붙인 뒤 ‘시민들의 연대’를 이야기했다. “여전히 같이 만나고 나와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저희 손을 잡아주고 저희와 함께 걸어주시는 시민분들 덕입니다.” 보라색 점퍼를 입고, 시민들과 밝은 촛불을 나눠 쥔 유가족들은 함께 눈물을 훔쳤다.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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