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21일 백악관을 방문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에게 남아공에서 백인 대량학살이 일어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자료를 보여주고 있다. 이 자료들은 조작되거나, 잘못된 정보로 밝혀졌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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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내년에 미국의 난민 수용 상한을 역대 최저치인 7500명으로 축소하는 한편 그 대부분을 남아공의 백인들에게 할당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30일 연방관보를 통해 내년의 난민 수용 상한선이 7500명이라고 밝히면서 이는 “우선적으로” 남아공의 백인 주민들인 아프리카너 및 “각자의 조국 내에서 불법적이고 부당한 차별을 당한 다른 희생자”들에게 배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조 바이든 전 행정부에서는 설정한 난민 상한 12만5천명에서 94% 이상 축소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난민 수용 상한을 7500명으로 줄여 1980년 미국의 난민법 제정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백인 위주로 수용하겠다는 인종주의 편향까지 보이는 것이다. 지금까지 최저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1기 때인 지난 2020년에 발표된 1만5천명이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감축의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으나, 연방관보 공지문에서는 이 조처가 “인도주의적 우려 또는 국가 이익에 따라 정당화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하면서 미국난민인정프로그램(USRAP)를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이 조처가 미국 당국에 국가안보 및 공중의 안전을 우선시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과 난민이 미국 안보에 위해가 된다는 시각이다.
트럼프는 지난 2월 남아공에서 백인 대량학살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하며 남아공에 대한 필수적인 원조 중단 및 아프리카너 주민에게 미국으로 망명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아프리카너는 남아공에 17세기에 정착한 네덜란드 및 프랑스계 백인의 후손들로 주로 농촌에 거주하고 있다. 이에 이브라힘 라술 워싱턴 주재 남아공 대사는 트럼프가 “백인 피해자 이미지를 동원해 백인우월주의자들을 선동하고 있다”고 비난해, 미국에서 추방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남아공 정권에서 박해받았다며 아프리카너 49명을 난민 지위로 미국 입국을 승인했다. 그 이후인 5월21일 미국을 방문한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트럼프와의 백악관 회동에서 ‘남아공의 백인 농부들이 살해되고 박해받고 있다’며 추궁을 받았다. 트럼프는 살해된 백인 농부들의 매장지를 보여주는 동영상도 보여 줬으나, 이는 살해당한 백인 농장주 부부를 추모하기 위해 세워졌던 수백개의 십자가 전시물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남아공에서 범죄로 희생된 피해자 중 백인은 전체 인구에 비례해 오히려 적다며, 백인들이 박해받고 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남아공에서 지난해 10∼12월에 발생한 7천명의 살인 사건 중 농장 공격에 의해 사망한 사망은 12명이고 그중 1명만이 농부이다. 나머지 5명은 농장 거주자이고 4명은 종업원이어서, 모두 흑인으로 추정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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