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편 세부안 논의 본격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10월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서울고등검찰청·서울중앙지방검찰청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남강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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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 김정숙 여사의 이른바 ‘옷값 의혹’ 사건을 경찰에 다시 수사하라고 요청한 것을 계기로,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검찰청 폐지 후속 대책 차원에서 검찰의 보완 수사권 유지 문제가 본격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지만 국민적 의구심은 여전하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재수사를 요청함으로써 자기들의 보완 수사권 유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분위기다.
실제로 대검찰청은 최근 검찰의 보완 수사 우수 사례를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검찰청이 78년 만에 폐지돼 공소청으로 바뀌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지난 9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강경파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마저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되자 검찰이 자기 입장을 우회적으로 알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선 지검도 보완 수사로 피해자를 구제한 사례를 적극 알리고 있다. 지난 4일 서울동부지검이 오피스텔 관리소장에 대한 무고 혐의로 오피스텔 관리단 부회장 A씨를 기소했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A씨는 2023년 11월 오피스텔 관리소장 등으로부터 현금 인수 확인서를 받아 서명하고도 이들이 서류를 위조했다며 허위 고소한 혐의를 받는다. 관리소장도 A씨를 맞고소했지만, 경찰은 A씨가 제출한 민간 기관의 필적 감정 결과를 근거로 A씨를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검찰은 보완 수사에 나서 “A씨가 현금 인수 확인서에 직접 한 서명일 가능성이 크다”는 대검찰청 산하 국가디지털포렌식센터(NDFC)의 필적 감정 결과를 받았고, A씨의 자백도 받아낼 수 있었다.
그래픽=이진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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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지검장은 국회 등에서 검찰 보완 수사권 폐지를 주장했던 임은정 검사장이라는 점도 검찰의 최근 기류 변화를 엿보게 한다. 임 지검장은 지난 8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촛불행동 등이 주최한 관련 공청회에서 “보완 수사라는 걸로 수사권을 놔두면(유지하면) 검찰청이 공소청으로 간판만 갈고 수사권을 사실상 보존하게 돼 안 된다”고 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두 달여 만에 그가 이끄는 동부지검이 검찰 보완 수사로 경찰 결론을 뒤집은 사례를 강조하고 나온 것이다.
서울서부지검도 지난 3일 경찰이 무혐의로 판단해 불송치한 B씨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고 소개했다. B씨는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구독권을 판다며 사람들을 속여 2023년 8월부터 지난 4월까지 피해자 16명에게서 300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처음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B씨가 피해금 일부를 갚아줬다며 죄가 없다고 결론 내렸지만, 검찰은 B씨가 피해자에게서 받은 물품 대금을 다른 사람에게 갚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한 사실을 확인해 기소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경찰에 대한 사법 통제를 위해서는 검찰의 보완 수사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장관은 지난달부터 대검찰청이 매달 정하는 보완 수사 우수 사례 3건 중 1건을 별도 선정해 담당 검사와 수사관을 직접 격려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검찰 보완 수사권 유지가 필요하다는 정 장관의 의중이 실린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수사·기소 분리를 둘러싼 쟁점은 크게 네 가지다. 경찰이 무혐의(불기소) 결론 낸 사건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 요청, 기소 의견(송치)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권 및 직접 보완 수사권, 경찰 사건 전건(全件) 검찰 송치 등이다.
민주당 강경파는 이 가운데 검찰의 직접 보완 수사권을 없애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찰과 법조계는 경찰이 사건을 덮는 걸 막고 실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검찰의 직접 보완 수사권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검찰의 인지 수사나 직접 수사 개시 기능을 없애는 대신,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폐지된 경찰 사건 전건 송치를 부활해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권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반면 경찰에서는 검찰 보완 수사 유지에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서울경찰청의 한 수사관은 “지금도 검찰이 직접 보완 수사할 수 있는데도 검찰이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해 수사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권만 남더라도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유희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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