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챗지피티(Chat GPT)에 ‘초콜릿 블룸(bloom) 현상이 나타난 초콜릿 사진을 만들어줘’라는 명령어를 넣어 생성한 이미지.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지난달 먹다 남은 초콜릿을 냉장고에서 꺼낸 ㄱ씨는 초콜릿 겉 표면이 마치 먼지처럼 하얗게 가루가 낀 것을 목격했다. 상한 것 같지는 않지만, 절반 정도 먹고 초콜릿을 보관한 기간이 두 달이 지난 탓에 괜히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 그는 7일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결국 남은 초콜릿은 그대로 쓰레기통으로 향했다. 곰팡이도, 먼지도 아닌 이 하얀 막은 무엇일까.
식품안전정보원에 따르면 초콜릿 표면이 하얗게 변하거나 울퉁불퉁하게 변형되는 현상을 ‘블룸’(bloom)이라 부른다. 곰팡이가 생기거나 상한 것과는 다르다.
이 현상은 두 가지로 나뉜다. ‘팻블룸’(fat bloom)은 보관 온도가 높거나, 온도 변화가 심할 때 발생한다. 초콜릿 속 카카오버터가 고온에 녹아 표면으로 이동 후 다시 굳으면서 흰 막이 형성된다. 연한 회백색의 막이나 흐릿한 얼룩이 생기고 다소 번들거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만지면 미끈하거나 왁스처럼 느껴질 수 있다. 손가락의 열이나 휴지로 문지르면 부분적으로 사라지거나 번진다.
또 다른 블룸 현상은 초콜릿이 습한 환경에 노출될 때 발생하는 ‘슈가블룸’(sugar bloom)이다. 표면의 설탕 성분이 습기에 녹았다가 다시 굳으면서 흰점이 생긴다. 냉장·냉동 보관 후 상온으로 꺼낼 때 결로, 60% 이상의 높은 상대 습도, 젖은 손 등으로 인해 표면 수분이 응축된 것이 원인이다. 외관은 하얀 가루가 뿌려진 것처럼 보이고, 거칠고 사포같은 촉감이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팻블룸과 달리 문질러도 입자가 남고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 ㄱ씨가 경험한 현상도 슈가블룸으로 추정된다.
두 현상 모두 인체에는 무해하다. 맛과 식감은 변한다. 팻블룸이 일어나면 풍미가 떨어지고 기름진 느낌이 증가한다. 슈가블룸이 발생할 경우, 맛이 덜 달아지고 표면이 거칠어져 입 안에 입자감이 느껴진다.
이 때문에 먹어도 되는 초콜릿 블룸과 먹으면 안 되는 곰팡이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콜릿 블룸은 흰 막, 가루가 생기고 냄새가 없으나 곰팡이는 흰 솜털모양의 얼룩이 생기고 냄새가 난다. 초콜릿을 더 잘 보관하려면, 상온 15∼17도의 서늘하고 건조한 곳에서 보관하는 편이 좋고 냉장 보관할 경우 지퍼백과 밀폐 용기를 사용하는 편이 권장된다.
식품안전정보원은 “(블룸 현상은) 겉보기에는 상했거나 곰팡이가 핀 것처럼 보여 1399 불량식품통합신고센터에도 관련 신고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지만, 대부분은 위생 문제가 아닌 보관 환경 때문”이라면서 “초콜릿 블룸과 곰팡이를 잘 구분하고 곰팡이가 생긴 초콜릿은 절대 섭취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한겨레 후원하기] 시민과 함께 민주주의를!
▶▶민주주의, 필사적으로 지키는 방법 [책 보러가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