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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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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자연과 하나 된 미술관과 교회, 작품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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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 들머리를 지나면 억새가 반겨주는 출입구가 나타난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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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단풍이 지천인 여행지가 가을엔 인기다. 하지만 ‘진짜 가을 여행지’는 제주다. 지난달 제주를 찾은 여행객 수는 133만6259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견줘 12%나 증가했다. 파란 하늘과 그 하늘을 뒤덮은 흰 구름, 그 구름 아래 펼쳐지는 억새 등이 볼거리다. 자연 자체가 제주에선 미술품이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조차 자연에 조응하는 구조로 건립된다. 심지어 교회마저도 이런 흐름에 편승한다. 지금 제주에서 꼭 가볼 만한 ‘사진 한 컷 여행지’ 두곳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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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유민미술관) 전시장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사유의 방’과 유사한 데가 있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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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민 아르누보 뮤지엄’(유민미술관)은 제주 서귀포시 섭지코지 인근에 있다. 이 미술관은 프랑스 낭시파 유리공예를 전시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주인공보다 주인공을 감싸안은 공간 자체가 더 볼거리다. 한국에도 팬이 많은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하고 2017년에 개관했다. 미술관 들머리를 지나면 바람 속으로 들어간다는 게 어떤 느낌인지 절감한다. 한발 한발 뗄 때마다 제주 바다에서 맹렬하게 달려오는 바람이 뺨에 닿는다. 좁은 길 양옆엔 억새가 울창하다. 바람이 이끄는 대로 노래하는 억새다. 그 소리에 심장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고요한 마음의 소리가 때로 더 귀한 법이다. 들머리를 지나면 물소리가 들린다. 안도 다다오 건축의 특징이다. 물이 순환하는 구조물을 만들어 놓았다. 제주 돌을 활용해 만든 긴 구멍 사이로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성산 일출봉을 감싼 하늘과 구름, 나무들이 덤으로 다가온다. 미로처럼 만든 미술관 구조도 돋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을 연상하게 하는 전시 공간도 있다. 이 공간에 들어서면 그 누구라도 겸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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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방주교회’ 측면 풍경.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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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방주교회’는 제주 하늘과 바람, 물과 어우러지는 구조로 세워져 건축 미학이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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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 방주교회’는 건축가 이타미 준(1937~2011·한국 이름 유동룡)의 유작 같은 건축물이다.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했다고 한다. 종이배 같은 모양새가 생경한 미학에 빠지게 한다. 교회를 감싼 인공 수로엔 여행객들의 모습이 비친다. 안에는 빛을 투과시키는 창이 있다. 빛과 어둠, 그 사이에 스민 고요가 공간을 지배한다. 이타미 준은 처음 부지에 섰을 때 “마치 공기와 빛이 주변에서 달려가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고, 그건 “하늘의 움직임”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마음에 담은 이미지대로 “하늘과 빛이 달려가는” 형태의 건축을 하겠다고 결정했다. 처음엔 그저 물 위에 떠 있는 배 형상이면 충분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주변 지형이나 자연과의 교감을 고려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지었다. 제주 건축만이 가능한 변주다. 건축물의 상부, 그러니까 지붕이 하늘과 어떤 방식으로 조응할지가 ‘제주 방주교회’ 건축의 핵심이었다고 그는 글을 통해 밝힌 바 있다. 2008년 완공됐다.



    제주/글·사진 박미향 선임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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