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1 (목)

    “배 안 고파도 먹고 싶더라니”...과자·탄산음료, 뇌 구조까지 바꾼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헬싱키대, 3만명 뇌 MRI 분석
    식욕·쾌감 조절 구조 변화 확인
    “식습관이 행동 자체를 바꿀 수도”


    매일경제

    초가공식품 섭취가 뇌 구조를 바꾼다는 연구결과와 관련된 생성 이미지. 그림=챗GPT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인스턴트 식품처럼 가공도가 높은 음식을 자주 섭취할수록 식욕과 보상에 관여하는 뇌 부위의 구조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고 싶어지는 ‘과식 신호’를 유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핀란드 헬싱키대학 연구진은 영국의 대규모 생체정보 데이터베이스 ‘UK 바이오뱅크(UK Biobank)’에 등록된 약 3만명의 중년 성인을 대상으로 뇌 MRI 영상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상관관계를 발견했다.

    연구에 따르면 대상자의 식습관을 세밀히 조사한 결과, 초가공식품을 많이 섭취하는 사람들의 뇌에서는 식욕과 쾌감을 담당하는 측좌핵과 시상하부, 편도체 등의 미세구조가 달라져 있었다.

    이 부위들은 음식 섭취의 만족감과 포만감을 조절하는 핵심 영역으로 ‘배가 고프지 않아도 먹고 싶어지는’ 상태가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체지방이나 염증 수치 차이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초가공식품 자체가 뇌의 신경회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npj Metabolic Health and Disease)에 게재됐다.

    초가공식품은 제조 과정에서 원재료가 크게 변형되고, 색소·향미제·감미료·유화제 등 인공 첨가물이 다량 포함된 가공식품을 뜻한다. 대표적인 예로는 탄산음료, 과자, 가공육, 인스턴트 식품, 냉동 간편식 등이 있다. 이런 식품들은 조리와 보관이 편리하지만, 열량이 높고 영양 밀도는 낮으며 포만감이 적어 과식을 유도하기 쉽다.

    이번 연구에서는 초가공식품 섭취가 많은 사람일수록 혈중 중성지방 수치가 높고,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HDL 수치는 낮았으며, 염증 관련 지표인 CRP 수치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대사 이상과는 별개로 뇌 MRI에서 신경세포 밀도나 확산률이 변하는 등 뇌 미세구조 자체의 변화가 관찰됐다는 것이다.

    연구를 이끈 헬싱키대 ‘오브레인랩’ 연구진은 “초가공식품이 뇌의 보상 회로를 재배치해 과식을 유도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변화는 결국 식습관이 다시 뇌를 자극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음식이 몸을 넘어 뇌를 바꿀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초가공식품이 식욕 조절 회로를 과도하게 자극하면, 먹을수록 더 먹고 싶어지는 ‘자기강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다만 “이번 연구는 관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것이므로, 인과관계를 확정하려면 장기 추적과 실험적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