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08 (월)

    러트닉 "원잠 건조 美서" 고수 … 美내부 조율땐 팩트시트 급물살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경주 한미정상회담의 합의문 성격인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 발표가 늦어지는 데는 미국 상무부가 '한국 원자력 추진 잠수함(원잠)을 미국 내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점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을 이끌고 있는 상무부가 한국의 원잠 건조를 미 조선업 육성과 연계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한국 원잠과 관련해 미국 내부 조율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팩트시트가 발표될 것으로 전해져 이르면 이번주 중 무역·안보를 포괄하는 한미 정상 간 합의안이 나올 전망이다.

    9일 외교가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이끄는 상무부 측에서 "한국이 원잠을 미국 필리조선소(한화오션 소유)에서 건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도 한미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한국의 원잠 건조를 허용한다"면서 "필리조선소에서 짓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이와 맥을 같이하는 셈이다.

    반면 대통령실은 지난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원잠을 한국 내에서 건조하길 바라고 있다"며 건조 장소가 양국 간 쟁점 사안 중 하나라는 점을 시사했다.

    한국 내 원잠 건조 반대 기류는 국방부가 9일 안규백 국방부 장관의 발언을 정정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안 장관은 이날 오전 방송 대담에서 '미국의 원잠 지원이 우리가 건조하는 것을 지원하겠다는 의미인지' 묻자 "그냥 지원이 아니고 적극적인 지원, 포지티브(positive)라고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방부는 이후 별도 공지를 통해 "안 장관 답변은 '국내 건조'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대한 미국 측의 지원 의사를 설명한 것"이라고 했다. 원잠 건조 위치를 놓고 양국 간 이견이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상무부 외에 국무부도 한국 원잠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부는 한국에 대한 원잠 허용이 핵전력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미국 행정부에는 핵전력 확산에 강경한 입장인 그룹들이 존재한다"며 "이들은 국무부 내에 다수 포진해 있는데, 군비 경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고 설명했다.

    문근식 한양대 특임교수(해군 예비역 대령)는 "1500억달러 규모 한미조선협력펀드(마스가 펀드)를 필리조선소 증축에 사용하고 이곳을 핵잠 유지·보수·정비(MRO) 전문 조선소로 활용하겠다는 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내 건조' 발언을 소화해낼 필요가 있다"며 "한국이 이미 20여 년간 한국형 원잠을 연구해 독자적인 기본 설계까지 다 마쳤는데 미국에서 건조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팩트시트가 발표되면 원잠 도입을 위한 안보협의체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고위급 협의체가 각각 가동될 것으로 예상된다. 원자력협정은 평화적·상업적 목적을 위한 농축·재처리 허용 여부를 취급하는 터라 군사적 목적인 원잠과 관련해 별도 협의체를 구성해야 하는 것이다. 또 팩트시트 발표 이후 나올 한미안보협의회의(SCM)의 공동성명·합의문에 원잠과 전작권 환수, 주한미군 역할 확대 관련 세부사항이 어떻게 담길지도 주목된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센터장은 "팩트시트에는 한미 안보합의안이 포괄적으로 언급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SCM 합의문에 세부 내용이 어떻게 담길지 중요하다"며 "원잠과 주한미군, 전작권 환수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어 두 센터장은 "한미연합 공조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확장되는 분기점을 맞게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센터장은 "주한미군의 임무와 역할에 변화가 있을 것이고 한미동맹도 미국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는 내용이 문서에 반영될 수 있다"며 "한국이 대놓고 미국의 대중국 봉쇄에 참여한다는 인상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오수현 기자 / 김상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