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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8 (월)

    이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대장동 항소’ 3차례 “신중 의견” 냈다는 정성호···‘외압 논란’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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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동 항소포기 사태’의 전말

    “사실상 수사지휘권 발동” 비판도

    경향신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정부 과천종합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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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대장동 개발비리 사건 1심 항소 제기 여부와 관련해 검찰에 세 차례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고 밝히면서 ‘대장동 항소 포기 사태’의 파장이 더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지만 장관이 구체적인 사건에 의견 표명을 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장관이 파문 진화를 위해 기자회견을 한 뒤에도 검찰 내부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정 장관은 이날 출근길 기자들과 만나 20여분 동안 이번 항소 포기 결정의 전말을 직접 설명했다. 정 장관은 통상적인 업무 보고에서 한 차례, 서울중앙지검에서 항소 제기 의견이 구체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이후 두 차례 ‘대장동 항소’ 관련 보고를 받았고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의견을 대검찰청 측에 줬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이 ‘신중 의견’을 낸 배경을 설명하면서 대장동 개발 비리 피고인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형량이 검찰의 구형보다 높게 나온 점, 남욱 변호사가 대장동 수사 검사로부터 협박을 당했다는 점 등을 자세히 언급했다. 피고인들에게 검찰의 구형량보다도 높은 형량이 선고됐으므로 항소 포기를 할 만했다고도 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검찰의 항소 포기가 통상적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대검의 ‘검사 구형 및 상소 등에 관한 업무처리 지침’ 예는 일부 무죄가 선고된 경우 상소를 하는 것을 일반원칙으로 한다. 또 정 장관의 말대로 수사 검사가 피고인을 협박했더라도 수사 과정상의 문제이지 법원 판결에 대한 항소 포기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무엇보다 법무부 장관의 의견 표명을 검찰이 사실상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법무부 장관은 일반적인 수사지휘권이 있지만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을 통해서만 행사해야 한다. 법무부는 이번 사건에서 수사지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했고, 정 장관도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이날 ‘개별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 아니냐’는 질의에 “그런 말씀 하신 분들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지난 9일 낸 입장문에서 항소 포기 결정에 “법무부 의견을 참고했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정 장관은 이날 이번 사건을 “정치적 사건”으로 명명했다. 그는 “검찰개혁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는데 이런 정치적인 사건 때문에 검찰이 계속 이 사건에 매달려 있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밀접한 대장동 사건을 두고 이같이 발언한 것은 형사·사법 영역에 대한 정치 개입으로도 볼 수 있다. 정 장관은 ‘신중 의견’ 제시가 이 대통령과 관련이 있는지’ 묻자 “무슨 관계냐”고 반문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A변호사는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엄격하게 규정한 것은 무한대로 행사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인데 이런 식으로 구체적 사건에서 여러 차례 의견을 표명한 것은 지휘권 취지와 규정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변 소속의 이창민 변호사도 “구체적 사건에 대한 의견 표명이기 때문에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볼 여지가 다분하다”며 “정치적으로도 관심사가 큰 사건에서 의견 표명은 부적절하고 오해의 소지가 크다”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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