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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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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톡톡] 韓 잔치 된 세계 최대 e스포츠 ‘롤드컵’… 中이 힘 못쓰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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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비즈

    지난 9일 중국 청두에서 열린 2025 롤드컵 결승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T1의 '페이커' 이상혁이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라이엇게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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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이 세계 최대 e스포츠 무대에서 또 다시 정상에 올랐습니다. 지난 9일 중국 청두 동안호 스포츠파크에서 열린 2025 리그오브레전드(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은 T1과 KT 롤스터의 ‘한국 팀 간 내전’으로 펼쳐졌습니다. T1이 세트 스코어 3대2로 승리하며 대회 사상 첫 3연속 우승(쓰리핏)과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달성했습니다. 2022년 DRX 우승 이후 T1이 3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LCK(한국 리그)의 위상을 굳혔고, 롤드컵은 ‘한국의 잔치’가 됐습니다.

    이번 대회 4강에는 LCK 소속 젠지, KT 롤스터, T1 세 팀과 LPL(중국 리그) 소속 탑 e스포츠(TES)가 진출했으나, TES가 4강에서 T1에 3대0으로 패하며 중국 팀의 결승 진출이 좌절됐습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공격적인 플레이와 막대한 투자로 세계 최강 리그로 평가받던 LPL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세 차례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인빅터스 게이밍(IG), 펀플러스 피닉스(FPX), 에드워드 게이밍(EDG)이 잇따라 우승하며 LCK의 5년 독주를 끊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 이후 LCK 팀들에게 우승을 연달아 내주며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된 모습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격차의 배경으로 ‘제도’와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정부의 고강도 게임 규제입니다. 2021년 8월 국가신문출판서(NPPA)는 미성년자의 온라인 게임 접속을 금요일, 주말, 법정공휴일 오후 8시~9시, 하루 1시간으로 제한했습니다. 실명 인증과 안면 인식까지 도입되면서 부모 신분증을 빌리거나 몰래 연습하는 것조차 어려워졌습니다. e스포츠 프로 선수는 대부분 10대 초중반부터 하루 10시간 가까이 연습하며 성장하지만, 주 3시간 제한으로는 유망주를 육성할 수 없는 실정입니다. 이 조치로 LPL의 유스 시스템은 사실상 큰 제약을 받게 됐습니다. 시장조사업체 니코 파트너스(Niko Partners)에 따르면, 청소년 플레이 시간 제한이 시행된 이후 중국 내 18세 미만 게이머 수는 2020년 약 1억 2200만명에서 2022년 약 8260만명으로 줄었고 주당 3시간 이하로 게임을 하는 이용자의 비율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청소년 플레이 시간 제한은 LPL의 유스 시스템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습니다. 최은경 한신대 e스포츠융합대학원 교수는 “청소년 게임 규제를 시작으로 리그 구조 전반이 약화되고, 인재 순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중국에서 활동하던 한국 선수와 감독들이 다시 국내 리그로 돌아오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한국은 질 높은 경쟁 환경과 탄탄한 팬덤, 체계적인 프랜차이즈 리그 구조 덕분에 선수들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리그 내 경쟁 수준이 높을수록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강화되는 선순환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중국 팀들은 즉시 전력 보강을 위해 한국 선수 영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현재 LPL 상위권 팀의 주전 라인업에는 다수의 한국 선수가 포진하고 있습니다. NPPA는 여전히 미성년자 계정의 접속시간을 실시간으로 통제하며, 텐센트와 넷이즈 등 대형 게임사는 자체 안면 인식 시스템으로 연령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PC 게임의 경우 안면 인식 기술이 아직 전면적으로 도입되지는 않았으나, 규제가 강화된 이후 위반 시 행정 처벌이 가해지기에 e스포츠 아카데미조차 정식 경기용 계정을 확보하기가 어려운 상황으로 알려졌습니다.

    2021년부터 2022년 초까지 중국 정부가 신규 게임 허가(판호) 발급을 8개월간 중단하면서 게임 산업 전반의 투자 여력이 위축됐습니다. 이 여파는 지금까지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습니다. 대형 게임사들이 e스포츠 투자를 줄이면서 리그 운영사와 팀들의 재정 기반이 약화됐고, 이는 LPL의 장기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습니다. 반면 한국은 2019년부터 ‘2군→챌린저스→LCK’로 이어지는 피라미드형 육성 구조를 완성하며 리그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성장했습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의 성장도 인재 분산을 가속화했습니다. 왕자영요(Honor of Kings)는 중국에서 ‘국민 게임’으로 불리며, PC 기반의 LoL 이용률을 크게 잠식했습니다. 이 게임의 프로리그인 KPL 대회 개최 규모가 확대되면서 10대 유망주들이 PC 리그보다 진입이 쉬운 모바일 리그를 선호하는 흐름이 뚜렷해졌습니다.

    이번 롤드컵 결과는 경기 이상의 의미를 남겼습니다. 한국은 4년 연속 세계 최정상에 오르며 e스포츠 종주국으로서 위상을 굳혔고, 정부 차원에서도 산업 지원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10일 페이스북을 통해 “롤드컵 사상 처음 3연패를 달성한 T1 선수단과 관계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축하를 전한다”며 “세계 무대에서 대한민국의 이름을 빛내며 e스포츠 강국의 저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선수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도록 e스포츠를 비롯한 문화산업 발전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습니다.

    최 교수는 “한국이 e스포츠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국산 게임 종목 육성과 지식재산권(IP) 주도권 확보 같은 과제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경탁 기자(kt87@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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