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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최근 3년 동안 접수한 아동학대 사건 가운데 3만여건을 학대 피해 아동 보호를 담당하는 기초자치단체에 통보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관련 법과 지침을 어긴 경찰의 통보 누락에, 이 기간 지자체의 보호 대상에서 배제된 학대 피해 아동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감사원의 경찰청 정기감사 보고서를 12일 보면, 경찰은 최근 3년(2022~2024년) 동안 신고 접수된 아동학대 총 11만2510건 가운데 3만1733건(28.2%)을 지자체에 통보하지 않았다. 지자체에 통보된 7만8139건 중에서도 2만7956건은 법이 정한 ‘48시간’이 지나서 통보됐다. 이 중 5832건(20.9%)은 통보에 7일 이상 소요됐고, 최장 675일 뒤에 통보된 경우도 있었다. 2022년 5월에는 경찰이 아이를 도로에 방치한 부모를 ‘훈계 차원’이라는 진술만 믿고 사건을 종결했으나, 아동학대가 세차례 더 신고된 뒤에야 지자체에 통보하는 일도 벌어졌다.
현재 아동복지법, 아동학대처벌법과 관련 지침은 경찰이 48시간 안에 신고·접수된 아동학대 사건을 지자체에 통보하도록 한다. 경찰은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피해 내용이 담긴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학대예방경찰관(APO) 업무지원시스템을 통해 지자체에 통보해야 한다. 아동학대의 경우 가해자를 사법 처리하는 ‘사건’일 뿐 아니라, 지자체의 즉각적인 피해 아동 보호와 복지 지원이 필요한 ‘구조 요청’이기 때문이다.
통보가 대거 누락되거나 지연되면서 보호·지원에서 소외된 피해 아동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자체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피해 아동을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연계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은 아동에게 심리치료 등 각종 보호와 복지를 지원한다.
지자체 등은 이에 더해 자체 조사를 통해 경찰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피해 사실을 추가로 밝혀내기도 한다.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2월에는 사건 접수 75일이 지나서야 경찰에서 부모에 의한 아동학대 사건을 통보받은 지자체가 자체 조사 과정에서 또 다른 자녀의 추가 피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2022년 10월에는 사이비 종교를 강요당하거나 폭언·체벌을 당해 신고된 아동 사건을 자체 조사한 지자체가 동생 또한 학대를 당한 사실을 추가로 확인했다.
경찰이 통보를 누락한 이유는 단순했다. 감사원은 “경찰 에이피오 시스템에 아동학대 신고 사건을 지자체에 통보하지 않거나, 뒤늦게 통보해도 이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기능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통보가 누락된 이유로 짚었다.
경찰은 감사를 받은 뒤인 지난 6월에야 시스템 개선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접수된 모든 신고를 지자체에 통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입건되지 않은 경미한 사례는 통보에서 누락된 사례가 있었다”며 “현재는 시스템이 개선되며 누락된 사건을 별도로 표시해, 통보가 바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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