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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9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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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화력 붕괴사고 사망자 6명으로···8일만에 사과한 동서발전·HJ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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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13일 오전 1시18분쯤 울산화력발전소 5호기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 현장에서 구조대원이 김모씨(30)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 울산소방본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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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구역, 구조완료. 수습하겠습니다.”

    13일 오전 1시18분쯤 울산화력발전소 5호기 보일러 타워 붕괴사고 현장에서 짧은 무전 한 줄이 울렸다. 금속 잔해들을 자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일순간 멎자 현장 공기마저 무겁게 내려앉았다. 8일째 철골 더미 아래 갇혀 있던 서른살의 김모씨가 들것에 실려 밖으로 나왔다.

    김씨는 철제 구조물이 빽빽하게 엉킨 4~5m 틈에 매몰돼 있었다. 사고 직후 위치가 확인됐지만, 거대한 H빔 등에 가로막혀 접근하지 못했다.

    김씨는 보일러 타워 해체 공사를 맡은 발파 전문업체 코리아카코의 기술부서 소속이다. 매몰 피해자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린 그는 이번 사고 피해자 중 유일한 정규직 노동자다. 40~60대 일용직 건설노동자와 함께 타워 25m 지점에서 취약화 작업을 하던 중 변을 당했다.

    소방당국은 대형 크레인으로 기울어진 5호기의 상부 구조물을 고정한 뒤 하부에서 구조 인력들이 철 구조물을 제거해 통로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김씨를 수습했다. 5호기가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채 넘어져 있어 구조작업 도중 상부 구조물이 추가로 붕괴할 위험성이 커서다.

    소방 관계자는 “살아서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지 못해 죄송스러운 마음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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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8일째인 13일 오전 한국동서발전 권명호 사장(가운데)과 임원진이 발전소 후문 앞에서 사고 후 처음으로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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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 후 잇따라 마련된 희생자들의 빈소에는 기약 없는 기다림의 피로가 짙게 내려앉았다. 다른 매몰자의 구조 작업이 길어지면서 유족들은 말 대신 깊은 한숨만 내쉬었다.

    사고 6일째인 지난 11일 수습된 60대 김모씨의 빈소가 마련된 울산 남구의 한 장례식장에서 만난 유족들은 연신 눈물을 흘렸다. 김씨는 보일러 타워 6호기 쪽 입구 3~4m 지점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의 남동생(61)은 “사고 이틀 뒤 소방에 형 이름을 대며 물었더니 ‘지문은 확인됐는데 구조물에 낀 상태라 미동이 없다’고 하더라”며 “우리 가족 일이라고 상상도 못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김씨의 여동생도 “갑작스러운 사고에 영정을 준비하지 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부산 출신의 김씨는 7남매 중 여섯째로, 20년 넘게 울산 일대 공사 현장을 전전한 용접 기능공이었다. 그는 이날 수습된 김씨와 마찬가지로 25m 높이에서 취약화 작업을 하다 숨졌다. 김씨의 동생은 “일용직이니 울산 타워에서 일한 건 길어봤자 2~3일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김모씨(44), 이모씨(60)의 빈소에도 침묵만 흘렀다. 어린 두 딸의 아버지였던 김씨는 지난 6일 오후 구조물 사이에 팔이 낀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의사소통이 가능했던 김씨는 구조대원으로부터 진통제 등을 맞으며 버텼으나 지난 7일 오전 4시53분쯤 끝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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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 이틀째인 지난 7일 울산시 남구 용잠동 한국동서발전 울산발전본부 울산화력발전소 사고 현장에 보일러 타워가 무너져 있다. 권도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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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공사를 발주한 한국동서발전과 시공사인 HJ중공업 경영진은 13일 사고 발생 8일 만에야 공식 사과했다. 두 회사는 구조가 우선이라는 이유로 늦은 사과의 이유를 밝혔다. 사고 책임의 범위 및 관리·감독 부실에 대해서는 대답을 회피했다.

    권명호 동서발전 사장은 “고인분들에 대해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국민 여러분께도 심려를 끼쳐드려 매우 송구하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오후 2시2분쯤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5호기 붕괴로 당시 현장에 있던 작업자 9명 중 7명이 매몰됐다. 현재까지 매몰자 중 6명의 시신이 수습됐으며 1명은 실종 상태다.

    소방당국은 중장비, 구조견, 영상 탐지기 등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실종자 1명을 찾고 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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