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8 (수)

    [여적] 검찰총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헌법 제89조에 ‘검찰총장’이란 단어가 나온다. ‘다음 사항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내용으로, 16항에 ‘검찰총장·합동참모의장·각군참모총장·국립대학교총장·대사 기타 법률이 정한 공무원과 국영기업체 관리자의 임명’이라고 돼 있다. 이를 근거로 검찰총장이 헌법기관이고, 개헌 없이 검찰을 해체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일부 헌법학자와 검찰론자들이 있다. 그러나 검찰은 법무부 외청에 불과할 뿐 헌법기관이 아니다. 검찰론자 주장대로면 합참의장·참모총장·국립대 총장도 헌법기관이다.

    이재명 정부 검찰개혁으로 검찰청이 폐지되고 공소청이 신설되는데, 그 수장을 ‘검찰총장’으로 부르기로 했다. 공소청법안 제6조 1항에 “공소청의 장은 검찰총장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수사권 없는 공소청장이 검찰총장 명칭을 유지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지 의문이지만, 이 대통령 의중이 상당 부분 반영됐다. 이 대통령은 검찰총장 명칭 폐지를 주장하는 여당 내 강경파를 향해 “위헌 논란 소지를 남겨 반격할 기회와 명분을 허용할 만큼 검찰총장 명칭을 공소청장으로 굳이 바꾸어야 할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특유의 ‘실용’이다.

    자로가 공자에게 묻는다. “정치를 한다면 무엇부터 하시겠습니까?” 공자가 답한다. “명을 바로 세울 것이다(正名). 명을 바로 세우지 않으면 말(言)이 서지 않고, 말이 서지 않으면 모든 일이 이뤄지지 않는다.” 공자 말씀처럼 ‘공소청장’이라고 해야 할 공소청 수장을 ‘검찰총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정치의 기본인 정명에 어긋난다. 공소청을 대공소청·고등공소청·지방공소청 구조로 구성한 것도 이상하다. 대공소청이 상고 사건을, 고등공소청이 항소 사건을 맡는 것도 아닌데 법원처럼 3단계 구조를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론 헌법에 있는 명칭을 없애 논란을 일으키고, 공소청을 격하해 본분을 다하고 있는 절대다수 검사들의 체면을 깎아내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부터 중요한 건 검찰총장의 의미를 새롭게 정립하는 일이다. 거대하고 오만한 권력기관 수장에서, 수사기관을 견제하고 공소를 엄정하게 관리하는 인권보호기관의 수장으로. 이것이 진정한 검찰개혁이고 정명이다.

    경향신문

    검찰총장을 역임한 윤석열이 대통령 재임 시절인 2024년 9월18일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오창민 논설위원 riski@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더보기|이 뉴스,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 점선면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