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군의 최신예 항공모함인 제럴드 알(R). 포드호를 포함한 항모강습단이 13일(현지시각) 미 전투기 등의 엄호를 받으며 대서양 상공을 거쳐 카리브해로 항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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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해군 최신예 항공모함인 ‘제럴드 알(R). 포드’호가 16일(현지시각) 카리브해에 진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배치를 마약 밀수 대응 작전의 일환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압박하려는 수단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은 지난 9월 이후 카리브해와 동태평양에서 마약 밀수에 가담한 것으로 의심되는 소형 선박을 20차례 공격해 최소 80명을 사살했으며 이날도 마약을 운반 중인 것으로 의심되는 소형 선박을 격침했다고 밝혔다.
카리브해 및 중남미 지역을 관할하는 알빈 홀시 미국 남부사령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우리 지역을 불안정하게 만들려는 초국가적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군은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며 “서반구의 안보와 미국 본토의 안전을 지키려는 우리의 결의를 강화하는 데 있어 중대한 단계”라고 말했다. 포드호를 중심으로 한 항모강습단을 지휘하는 폴 란질로타 소장도 성명에서 “마약 테러리즘으로부터 미국의 안보와 번영을 지키기 위해 이미 배치된 해군 전력을 보강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배치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이 ‘남부 창 작전’이라 명명한 작전의 일환으로, 수십 년 만에 최대 규모의 무력 배치로 평가된다. 항모강습단은 전투기 편대와 미사일 구축함으로 구성되어 있다. 항모강습단 합류로 현재 ‘남부 창’ 작전에는 약 12척의 미 해군함정과 1만 2000여명의 병력이 배치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4일 시비에스(CBS)와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행동과 관련해 “이미 마음을 정했다”며 “어떻게 할지는 말할 수 없다”고 밝혀 향후 군사 작전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백악관에서는 같은 날까지 3일 연속 마두로 정권 대응을 위한 군사적 선택지 논의가 이뤄졌으며, 이 자리에는 제이디 밴스 부통령, 헤그세스 장관, 댄 케인 합참의장,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비에스는 “국방장관 헤그세스, 합참의장 케인 등 군 지도부가 12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상 타격을 포함한 향후 베네수엘라 내 군사 작전 옵션을 제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의 군사력 증강은 마두로 정권을 압박해 퇴진을 유도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마두로의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으며, 지난달에는 베네수엘라 내에서의 중앙정보국(CIA)의 비밀작전을 승인한 사실도 밝혔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포드호 도착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다만 마두로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베네수엘라 국민은 그 어떤 범죄적 침략에도 조국을 지킬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상원 공화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 없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 공격을 개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법안을 49대 51로 부결시켰다. 공화당 의원 중에는 켄터키주의 랜드 폴 의원과 알래스카주의 리사 머카우스키 의원만이 해당 결의안에 찬성했다.
국제분쟁조정기구(ICG) 안데스 지역 선임 분석관 엘리자베스 디킨슨은 에이피(AP) 통신에 “이것은 미국이 라틴아메리카에 다시 군사력을 투사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조치”라며 “이 조치는 베네수엘라는 물론 중남미 전역에서 큰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미국이 실제로 군사력을 사용할 의지가 있는지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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