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협력 통해 中으로 기술 유출 우려도"
F-35 전투기가 17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2025 두바이 에어쇼에서 비행하고 있다. 두바이=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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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에 스텔스 전투기 F-35를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해당 전투기 판매가 미국의 중동 지역 핵심 동맹국인 이스라엘의 군사적 우위를 약화시키고 중국으로의 기밀 기술 유출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행사에서 '사우디에 F-35 전투기를 판매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게 하겠다고 말하겠다. 우리는 F-35 전투기를 판매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사우디가 "(미국의) 훌륭한 동맹국"이라며 "그들은 구매를 원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의 만남을 하루 앞두고 이뤄진 것으로, 구체적인 실현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지난 5일 사우디가 미국에 최대 48대의 F-35 전투기 구입 의사를 타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사우디는 미국 무기의 최대 구매국이지만, 중국과의 안보 협력도 이어나가고 있어 미국은 그간 민감 기술을 담은 최첨단 무기의 사우디 수출을 꺼려왔다. 지난 1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국방부 국방정보국(DIA)이 보고서를 통해 '사우디에 F-35를 판매할 경우 중국의 첩보활동이나 군사 협력을 통해 첨단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여당 공화당 내에서는 이번 수출 결정이 주요 동맹국인 이스라엘이 중동 지역에서 가지고 있는 '질적 군사 우위(QME)'를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은 1973년 제4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군사적으로 우위에 설 수 있도록 QME를 보장하는 정책을 펼쳐왔다. 2008년에는 미국의 이스라엘 QME 보장을 법률로 명시하기도 했다.
이스라엘은 미국 측에 'F-35 판매 전에 사우디로부터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약속을 받아달라'는 요구를 내세운 것으로 알려졌으나, 해당 약속이 실제 실현됐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날 미국 온라인 매체 액시오스는 한 이스라엘 관리가 "사우디에 대한 F-35 공급은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의 관계 정상화 여부에 달려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F-35 수출 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첫 번째 임기 당시인 2020년 11월에도 아랍에미리트(UAE)에 F-35 50대를 판매하겠다고 의회에 통보했다. 이스라엘과 UAE가 '아브라함 협정(이스라엘과 중동 아랍국 간 국교 정상화)'에 서명한 데 따른 것이었다. 다만 해당 판매계약은 2021년 새로 취임한 조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에 의해 중단됐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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