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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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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환기 추상화 151억에 팔려…韓 미술품 2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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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경제

    17일(현지시간) 뉴욕 크리스티 이브닝 경매에서 수수료 포함 151억원에 팔린 김환기의 1971년작 '19-VI-71 #206'. 크리스티


    "800만달러에 하시겠어요? 810, 820, 830, 840. (전화 응찰자를 향해) Yes or No? 네, 낙찰입니다. 840만달러에 팔렸습니다."

    17일 오후 8시 56분(현지시간·한국시간 18일 오전 10시 56분) 미국 뉴욕 맨해튼의 크리스티 록펠러센터. '20세기 이브닝 경매'에서 69번째 작품이 등장하자 객석에는 숨죽인 듯한 긴장감이 흘렀다.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장 김환기(1913~1974)의 대형 점화 '19-VI-71#206'가 한국 미술품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기 때문이다. 전화로 응찰에 참여한 4명의 구매자가 여러 차례 경합을 벌인 끝에, 작품은 낮은 추정가 750만달러를 뛰어넘는 840만달러(약 123억원)에 낙찰됐다. 수수료 20%대를 포함한 최종 낙찰가는 1029만5000달러(약 151억원)로, 한국 미술품 경매 가격 역대 2위를 기록했다.

    이 기록은 2019년 11월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기록된 김환기의 '우주'(05-IV-71 #200)가 수수료 포함해 153억500만원에 팔리며 세운 1위 기록에는 약간 미치지 못했다. 크리스티는 "한국 미술품 1위부터 5위까지를 모두 김환기 작품이 휩쓸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낙찰된 '19-VI-71 #206'(254×203㎝)은 우주로 팽창하는 듯한 방사형 점들의 배열로 무한한 공간감을 구현한 김환기 말년의 걸작이다.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수많은 점으로 승화시킨 이 작품은 뉴욕 체류 시절에 그린 것이다. 매도자는 2016년 갤러리현대에서 이 작품을 구입해 경매에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한국 미술품이 미술 시장의 최정상 경매인 '크리스티 뉴욕 이브닝 경매'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사실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날 이브닝 경매에는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아르, 데이비드 호크니와 알베르토 자코메티 등 미술사적 거장들의 대표작이 출품됐다. 이우환의 1986년작 '바람으로부터'도 152만4000달러(약 22억3000만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 현장에 참여한 이학준 크리스티 코리아 대표는 "쉽지 않은 미술시장 환경이었지만 좋은 작품은 경합 끝에 고가에 팔려나가는 컬렉터 중심의 건강한 시장이었다고 생각한다"며 "한류의 흐름이 이제 미술시장까지 온 듯하다"고 밝혔다.

    김환기와 이우환의 작품이 뉴욕 크리스티 이브닝 경매에서 성공적인 신고식을 치르면서 '미술 한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내년 5월에는 이우환이 '미술관의 미술관'으로 유명한 뉴욕 디아비콘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작가 이불 역시 뉴욕 전속화랑인 하우저앤워스에서 개인전을 열 예정이다.

    [이향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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