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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1 (목)

    [사설] ‘해병 특검’ 영장 90% 기각, 애초에 특검 할 일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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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건진법사 관봉권 띠지 분실 의혹과 쿠팡 퇴직금 불기소 외압 의혹 수사를 맡게 된 안권섭 상설특별검사가 17일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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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병 특검’이 공수처 전직 부장검사 2명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특검은 이들이 지난해 공수처에 있으면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지연하거나 방해한 혐의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은 “사실적, 법리적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했다. 혐의 입증이 안 됐다는 것이다. 해병 특검이 수사 외압과 관련해 지난달 국방부 수뇌부 5명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도 다 기각됐다. 이로써 해병 특검 출범 후 청구한 구속영장 10건 중 9건이 기각됐다. 수사라고 할 수도 없다. 수해 실종자 수색 중에 발생한 병사 순직은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이렇게까지 확대할 일은 아니었다. 지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하다.

    다른 특검도 비슷하다. ‘내란 특검’은 그간 10명에 대해 구속영장 11건을 청구했는데 5건이 기각됐다. 박성재 전 법무장관에 대해선 내란 공모 혐의로 두 차례 영장을 청구했지만 다 기각됐다. 그가 계엄 선포 뒤 몇몇 후속 조치를 검토했다고 ‘공모’ 혐의까지 씌웠다. ‘김건희 특검’은 14명을 구속했지만 그중 절반 이상이 김 여사와 직접 관련 없는 별건(別件)이었다.

    특검은 검찰 등 수사기관이 정권 눈치 보느라 정권 비리 사건을 제대로 수사하지 못할 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 정권이 가동한 세 특검은 모두 지나간 정권을 수사하는 것이다. 검찰에 맡기면 더 잘할 텐데 ‘특검’이 주는 정치적 효과를 노리고 특검을 고집한 것이다. 그 결과가 정치적인 보여주기식 영장 남발로 나타나고 있다.

    이 와중에 이재명 대통령은 ‘관봉권 띠지 분실’과 ‘쿠팡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할 상설 특검을 또 임명했다. 특검이 총 4개 가동되는 초유의 상황이지만 정작 모든 특검이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짧고 굵게 수사하고 재판에 주력해야 하는데 내년 지방선거까지 특검 정국을 끌고가려고 시간을 끈 결과다.

    지금 정말로 특검이 필요한 사건은 검찰의 대장동 민간 업자 사건 항소 포기 문제다. 검찰이 항소를 결정했다가 법무장관과 차관의 말을 듣고 항소를 포기했다. 수사 외압이 사실이라면 쿠팡 사건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과 수사권이 있는 공수처는 정권 눈치를 보며 서로 사건을 떠넘기려 한다. 바로 이런 사건을 수사하라고 특검 제도가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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