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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사설] 이번엔 ‘탈석탄’ 급발진, 나라가 환경 단체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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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17일(현지시간) 브라질 벨렝에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30) 부대행사로 탈석탄동맹(PPCA) 등이 주관한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화 이니셔티브'에서 탈석탄동맹 동참 선언을 하고 있다. /기후에너지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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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에서 ‘탈석탄동맹(PPCA)’에 가입하겠다고 발표했다. 2040년까지 석탄 발전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표한 것이다. 2035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최대 61% 줄이겠다는 비현실적인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이어 또 하나의 족쇄를 스스로 채웠다.

    기후 문제 대응을 위해 탈석탄은 필요하다. 문제는 속도와 방식이다. 우리는 1인당 석탄 소비량 세계 5위권, 석탄 발전량 세계 7위권 국가다. 연간 전력의 약 30%를 석탄 발전이 책임진다. 이런 나라가 아시아에서 도시 국가 싱가포르에 이어 두 번째로 ‘탈석탄 동맹’에 가입했다. 전 세계 석탄 사용량의 75%를 차지하는 중국·인도·미국은 가입을 외면했고, 우리보다 석탄 의존도가 높은 일본조차 “에너지 안보와 유연성 확보”를 이유로 가입을 유보했다. 한국의 탈석탄은 기후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도 없는 것이다. 결국 이는 국가 산업보다 환경 시민단체들을 더 의식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시대에 우리 전력의 양대 핵심 축 가운데 하나(원전)는 묶어 두고 나머지 하나(석탄)마저 없애겠다는 것은 자해 행위다. 정부의 대답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뿐이다. 이들 에너지는 비싸고, 생산이 불안정하다는 치명적 한계를 해결 못하고 있다.

    우리가 따라 할 대상이 누군지도 의문이다. 탈석탄 동맹을 주도한 영국과 독일은 전기 요금 급등으로 산업 경쟁력이 무너지고 있고, 에너지 안보 불안까지 겹쳐 국가적 비상 상황을 맞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두 나라 모두 석탄 발전 가동을 재개했으며, 탈원전까지 선언했던 독일은 원전 가동 연장을 결정하기도 했다. 우리가 왜 실패한 외국 정책의 전철을 밟나. 그것도 왜 앞장서나.

    탄소 중립은 멋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국가 산업을 해치지 않을 치밀한 로드맵과 현실적인 대안 기술 개발이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에너지 안보에 대한 고려가 선행돼야 한다. 국민과 산업계 희생을 담보로 한 ‘환경 모범생’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한다. 5년 정권이 15년 뒤의 중차대한 국가적 결정을 함부로 내려서도 안 된다. 나라는 환경 탈레반들의 놀이터가 될 수 없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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