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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AI 거품론에 코스피 4000 밑으로… 반도체 쏠림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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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코스피 시총 증가분 42%가 삼성전자·하이닉스 몫

    18일 코스피는 3.3% 급락한 3953.62에 마감, 7일 이후 7거래일 만에 4000선 밑으로 내려앉았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각각 2.8%, 5.9% 급락했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 닛케이 평균이 3.2% 하락했고, 홍콩 항셍지수와 중국 상하이지수도 각각 1.7%, 0.8% 뒷걸음질 쳤다.

    이날 아시아 증시 급락세의 ‘트리거’는 인공지능(AI) 거품 우려였다. 최근 AI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고평가돼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상황에서 이날 페이팔·팔란티어 창업자이자 억만장자 투자자로 유명한 피터 틸의 헤지펀드 ‘틸 매크로’가 엔비디아 주식 9400만달러(약 1375억원)어치를 지난 분기에 전량 매도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에 시장 전반에서 주식, 가상 자산 등 위험 자산의 선호 심리가 후퇴했다. 가상 자산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이날 9만달러 선이 붕괴됐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술주 경계감이 20일로 예정된 엔비디아 실적 발표와 미국 고용 보고서 발표 전까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AI 확대 흐름 등으로 인한 반도체 ‘수퍼 사이클(초호황기)’ 기대감 때문에 국내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가 최근 반도체 중심으로 급격히 쏠리면서 관련 종목이 급락할 때 파급 규모가 이전보다 훨씬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

    그래픽=양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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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학개미도 반도체 쏠림

    지난해 12월 말 1963조원이었던 코스피 시가총액은 이날 3251조원으로 1288조원가량 늘었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261조원)와 SK하이닉스(288조원)의 증가분이 550조원에 달한다. AI 열풍 등으로 반도체 ‘수퍼 사이클’이 올 것이란 기대에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 증가분의 42%를 두 종목이 차지할 정도로 쏠림이 심했던 것이다. 특히 개인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반도체에 몰리며 쏠림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보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올해 신용융자 증가의 중심이 반도체·자본재 업종에 집중됐다”며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로 낙폭을 키울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서학 개미들의 해외 투자도 반도체 쏠림이 심화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유액은 지난해 1121억달러에서 올해 1561억달러로 증가했다. 작년 말 기준 반도체 관련 미국 주식·ETF 보관 금액은 189억달러로 전체의 16.9%였지만, 올 들어 반도체주 급등에다 추가 순매수까지 반영되며 현재는 276억달러(비율 17.7%)로 뛰었다.

    ◇AI에 기댄 증시에 경고도 나와

    기타 고피나스 전 국제통화기금(IMF) 부총재는 최근 이코노미스트 기고에서 “미국 증시가 AI 열풍으로 유례없는 과열과 집중을 보이고 있다”면서 “닷컴 버블급 조정만 와도 미국 가계 자산 20조달러와 해외 투자자 15조달러 등 전 세계적으로 35조달러 이상의 부가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월가의 유명 헤지펀드들은 AI 관련주를 줄여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운용 자산 1억달러 이상인 기관 투자자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하는 3분기(7~9월) 말 기준 13F 보고서를 분석해 월가 대형 헤지펀드들은 이 시기 AI 테마로 상승했던 ‘M7(대형 테크주 7개)’ 주식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론파인 캐피털, 타이거 글로벌은 페이스북 모기업인 메타플랫폼 보유 주식을 각각 34.8%, 62.6% 줄였다. 브리지워터, 코튜 매니지먼트는 엔비디아 주식을 팔았다. 브리지워터는 또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 주식 보유도 절반 이하인 265만 주로 줄였다.

    에쿼티 아머 인베스트먼츠의 브라이언 스터틀랜드 최고 투자책임자(CIO)는 “지금은 기술 성장주가 약간 눌리는 모습”이라며 “엔비디아 실적이 나오면 빅테크들이 앞으로 엔비디아 제품에 얼마나 더 투자할 의지가 있는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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