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울산공장 인근 부두에 수출용 차량이 선적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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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은 지난 14일 무역과 안보 협상에서의 세부 합의 내용을 담은 ‘조인트 팩트시트(공동 설명 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는 앞으로 미국이 한국산(産)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번 팩트시트 공개로 관세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돼 한숨을 돌리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는 도요타, 혼다 등 일본 경쟁사들과 동일한 관세가 부과돼 판매·생산 전략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한국은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적용돼 대미 수출 관세가 붙지 않았던 반면 일본은 2.5%의 관세를 부과 받았다.
현대차·기아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는 미국 내 생산 비중을 늘리는 것이다. 도요타의 미국 생산 비중이 50%, 혼다는 80%를 각각 넘는 반면 현대차·기아는 4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경쟁사들에 비해 관세 부과로 인한 타격이 더 컸고, 미국에서 판매 가격을 정하는 데도 불리한 측면이 많았다.
이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지난 9월 미국 뉴욕에서 가진 ‘2025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오는 2030년까지 미국 내 생산 비중을 8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현대차가 미국 생산 비중을 늘릴수록 국내 울산 공장에서는 미국 수출을 위해 생산하는 물량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특히 최근 미국에서 판매가 늘고 있는 하이브리드차의 경우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을 전부 국내에서 만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빠지는 미국 수출 물량을 유럽과 동남아, 중남미 등 신흥 시장을 통해 메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최근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빠르게 늘고 있어 현대차가 판매량을 확대하기가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동남아 시장에서는 특히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 따르면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베트남·싱가포르·필리핀 등 동남아 6개국에서 지난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일본차의 점유율은 70%에서 59%로 하락한 반면 중국차는 3%에서 9%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한국차의 점유율은 5%에서 4%로 하락했다.
유럽에서도 올해 상반기 중국 자동차의 점유율이 5%를 넘어섰다. 중국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유럽연합(EU)이 중국 전기차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지만, 최근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다시 시장 공략 속도를 높이고 있다.
BYD의 전기차 생산 공장. BYD는 튀르키예와 헝가리에 건설 중인 공장을 앞세워 유럽 공략 속도를 높일 계획이다. /BYD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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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D와 체리자동차 등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현재 튀르키예와 헝가리, 스페인 등 유럽 현지에 완성차 제조 공장을 짓고 있다. 이들 공장이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하면 유럽에서 중국 자동차의 점유율은 더욱 빠르게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수출 물량의 이전으로 국내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현대차·기아는 노조의 강한 반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생산직 근로자의 수입에서 야근과 특근 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노조는 국내 생산 물량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에 따라 노조는 생산 물량의 해외 이전에 대해 쟁의에 나설 수 있는 법적 권리를 얻게 됐다. 현대차·기아는 실적 방어를 위해 미국 생산 비중을 확대하기에 앞서 노조의 반발에도 대응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된 셈이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국내 시장에서도 최근 시장이 포화 단계에 진입한 상태라 판매량을 늘리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대차가 노란봉투법에 발목이 막혀 자칫 미국에서의 경쟁력 유지를 위한 ‘골든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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