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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23 (화)

    “트럼프가 말하는 ‘태양의 카르텔’, 실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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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미국 해군이 중남미 해역에서 마약 선박이라며 공격하는 전후의 모습을 하는 담은 사진. 지난 9월15일 백악관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랐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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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이 운용한다고 지목하는 마약 카르텔은 실재하지 않는다고 마약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 행정부가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지도자라는 마약 카르텔 ‘태양의 카르텔’(카르텔 데 로스 솔레스)은 마약으로 부패한 베네수엘라 장군들을 일컫는 표현이지, 실재하는 조직이 아니라고 뉴욕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마약 전문가 등에 따르면, 태양의 카르텔은 1990년대 베네수엘라에서 마약 자금으로 부패한 장교들에 대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베네수엘라 장군들의 계급을 상징하는 태양을 빗대서 조롱한 은유적 표현이다. 마두로의 전임 대통령인 우고 차베스가 집권하기 전인 1990년대 베네수엘라에서 마약 자금을 뇌물로 받는 부패한 군인들을 일컫는 말로 태양의 카르텔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졌다.



    미국 마약단속국(DEA)도 주요 마약 조직들을 상세히 기술하는 연례 ‘국가마약위협보고’에서 태양의 카르텔은 언급하지 않아왔다. 또 유엔마약범죄사무소의 ‘세계마약보고서’에도 언급된 적이 없다.



    국제위기그룹의 필 건슨 선임연구원은 “태양의 카르텔은 베네수엘라 언론인들이 만들어낸 꼬리표”라며 “태양의 카르텔 이사회 같은 것은 없고, 그런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중남미 국가의 범죄 및 치안을 연구하는 싱크탱크인 인사이트크라임의 창설자 제러미 맥더못도 베네수엘라 정부 내에는 마약 밀매 활동이 있으나, 태양의 카르텔은 군부 내의 모든 마약 밀매를 지칭하는 용어이지, 단일한 마약밀매조직이 아니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태양의 카르텔을 마두로 정권이 운용하는 글로벌 마약카르텔로 지정하고 있다. 지난 7월 재무부는 태양의 카르텔을 글로벌 테러 단체로 지정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지난 16일 국무부도 태양의 카르텔을 외국 테러 단체로 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등 행정부 고위 인사들은 마두로가 “마약테러단체로 지정된 태양의 카르텔 지도자”라며 “미국과 유럽으로의 마약 밀매”에 책임이 있다고 비난해왔다.



    백악관은 태양의 카르텔에 대한 표현이 실제와는 거리가 있다는 질문에 “마두로 정권은 베네수엘라의 합법적 정부가 아니고, 마약테러 카르텔이고, 마두로는 합법적 대통령이 아니다”라며 “그는 미국에 마약을 밀매해서 기소된 도망다니는 카르텔 두목이다”라고만 답했다.



    미국 정부는 지난 2020년 3월 태양의 카르텔을 마두로가 이끄는 실제의 마약밀매단체라고 공식적으로 처음 발표했다. 트럼프 행정부 1기였던 당시 뉴욕 남부 연방지검은 마두로 등 베네수엘라 관리들을 마약밀매 및 부패 혐의로 기소하면서 이 표현을 이렇게 규정했다. 그 이후 미국 행정부는 태양의 카르텔에 대한 각종 혐의를 추가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들어서 중남미 마약카르텔과 갱 테러 단체들을 평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국무부는 지난 2월20일 멕시코의 주요 마약 카르텔 및 트럼프가 마두로의 통제 하에 있다고 주장하는 베네수엘라의 감옥 내 갱단인 트렌 데 아라과 등 8개 단체를 지정했으나, 태양의 카르텔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5월 마약단속국이 연례 마약위협정보보고서를 발표할 때 태양의 카르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하지만, 지난 7월 말 트럼프 행정부가 마두로 정권에 대한 압력을 높이면서, 재무부는 태양의 카르텔은 테러 단체로 지정했다. 미국은 지난 9월 초부터 카리브해 등 중남미 해역에서 마약을 단속한다며 선박들을 적어도 21차례나 공격해 83명을 숨지게 하고, 카리브해에서는 군사력을 증강해왔다.



    에콰도로, 아르헨티나, 페루 등 일부 중남미 국가들은 태양의 카르텔에 대한 미국의 테러단체 지정에 동조하나,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은 “미국의 허구”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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