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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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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데헌’ 영향?…공연 무대 휩쓰는 ‘K무당 굿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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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무용단 신작 ‘미메시스’ 가운데 무당춤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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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무용단 신작 ‘미메시스’(11월6~9일)는 여러 종류 전통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무대였다. 그중에서도 동해안 별신굿, 경기 도당굿, 황해도 철물이굿, 진도 씻김굿, 서울 재수굿 등 5개 지역의 대표 굿을 선보인 ‘무당춤’이 압권이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춘향전을 새롭게 각색한 무용극 ‘춘향단전’(11월14~16일)은 춘향과 월매, 향단이 무당을 찾아가는 첫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들의 운명이 평탄하지 않을 것을 예감한 무당은 어둡고 불길한 춤사위를 풀어낸다. 이달 들어 선보인 두 작품 모두 굿판에서 영감을 얻거나 재료로 활용했다.



    무용 무대뿐만 아니라 전통 음악에서도 굿을 차용한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이 오는 2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선보이는 ‘믹스드 오케스트라, 넥스트 레벨’도 굿과 제의에 주목한다. 상주 작곡가 2명이 신작을 초연하는데, 각각 굿판과 제의를 소재로 삼았다. 김현섭의 ‘대안주’는 한양굿의 서사와 정서를 현대음악 언어로 풀어내고, 이고운의 ‘무천’은 고대 제천의식을 재해석한다. 앞서 국립국악원 창작악단도 올해 정기공연 ‘전통의 재발견’(9월25~26일)에서 굿을 파고들었다. 평안도 다리굿, 진도 씻김굿, 동해안 오구굿, 남해안 별신굿 등 4개 지역별 굿을 소재로 협연 무대를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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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국악원 무용단이 춘향전을 각색한 무용극 ‘춘향단전’의 첫 장면은 무당춤으로 시작한다. 국립국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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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 예술 분야를 넘어 서양 클래식 음악에서도 굿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선보였다. 포항국제음악제(11월7~13일)는 개막 공연으로 작곡가 윤한결의 관현악곡 ‘별신굿’을 초연했다. 동해안 별신굿을 서양 관현악 언어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불규칙하게 튀어오르는 강렬한 타악기 음이 굿판의 주술적 리듬과 닮았다. 2023년 ‘카라얀 젊은 지휘자상’을 받은 지휘자로 더욱 유명한 윤한결은 “별신굿의 강렬한 리듬과 소리의 흐름을 현대음악 언어로 재구성했다”고 했다. 2000년대 이후 다양한 장르의 전통 공연예술 분야에서 굿이 소재로 활용됐는데, 최근엔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작곡가 이고운은 “몇년 동안 굿판의 음악과 이미지를 차용한 작품들이 유행하다가 올해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무당이 등장하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열풍 이후 굿과 무당 관련 소재가 관객들에게 더욱 친숙해진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케데헌’을 만든 매기 강 감독은 굿을 ‘최초의 콘서트’에 비유하며 “우리 문화에 있는 무당 컬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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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은 올해 정기공연 ‘전통의 재발견’에서 4개 지역 굿을 파고들었다. 국립국악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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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작자들은 공연 주체와 현장 분위기에 따라 음악이 확연히 달라지는 굿판의 즉흥성과 현장성에 매료된 듯하다.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작곡가 김 현섭은 “굿판의 즉흥성과 자유로움, 그리고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복을 빌어주는 소통의 장이란 점에 끌렸다”고 했다. 굿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영화와 드라마가 먼저였다. 최근 몇년 새 굿을 소재로 활용한 콘텐츠들이 부쩍 늘었다. 2023년 인기를 끈 드라마 ‘악귀’(SBS)와 영화 ‘파묘’(2024)에 이어, 올해에도 이무기와 무녀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귀궁’(SBS)과 여고생 무당을 내세운 드라마 ‘견우와 선녀’(tvN)가 방영됐다.



    하지만 굿 자체가 하나의 상품으로 대상화되면서 파편적으로 소비되는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굿이 지닌 본래의 공동체적·신앙적 의미와 진정성이 희석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작곡가 이고운은 “굿 하시는 분들은 ‘굿을 갖다 쓴다’며 조금 부정적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며 “굿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좋지만, 소재로 삼아 쓰기에 좋다고 굿을 쉽게 대상화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작곡가 김현섭은 “영화, 드라마에서 굿이 부정적으로 비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남을 해치지 않고 희망을 불어넣는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는 걸 음악으로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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