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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쿠시마·이바라키… 인천공항 日노선, 나리타보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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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늘어나는 日노선]

    소도시 인기 끌며 32개로 증가

    조선일보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전광판에 일본행(行) 항공편들이 안내되고 있는 모습. 이달 들어 일본 직항노선 2개가 새롭게 추가되면서 인천공항발 일본 노선이 32개로 늘어났다./고운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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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일본을 19차례 여행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 김동희(32)씨는 이달 초에도 휴가를 내고 5박 6일 일정으로 일본 규슈의 가고시마와 미야자키를 다녀왔다. 과거에는 도쿄·오사카·후쿠오카 같은 대도시를 주로 방문했지만, 최근에는 마쓰야마나 벳푸처럼 규모가 작은 지방 도시들을 주로 찾아다닌다고 한다. 김씨는 “요즘 도쿄나 오사카에는 외국인 관광객이 너무 많아 일본을 여행하는 느낌이 덜하다”며 “다음에는 혼슈 최북단 아오모리를 가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 전역 곳곳을 여행하는 한국인 관광객이 최근 늘어나면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의 소규모 지방 도시까지 한 번에 바로 갈 수 있는 직항 노선이 일본에 있는 웬만한 공항보다 더 많아졌다. 이달 초에만 인천공항~오비히로공항(홋카이도 동부), 인천공항~이바라키공항(도쿄 인근) 등 노선이 2개 새롭게 추가되면서 인천공항발(發) 일본행 노선은 현재 총 32개(31개 도시)에 달한다. 노선 수로만 따져 봐도 일본 공항 가운데 도쿄 하네다공항(49개)에 이어 둘째로 많다. 오키나와 나하공항(31개)뿐 아니라 삿포로 신치토세공항·후쿠오카공항(이상 27개), 오사카 이타미공항(26개), 나고야 주부공항(19개)을 앞선 것이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여기에는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점점 차별화된 여행을 원하는 한국 관광객의 변화에 발맞춰 공격적으로 일본 내 신규 취항지를 발굴하거나 기존 노선의 운항을 늘린 영향이 크다. 인천공항은 2013년 규슈 북서부 사가공항 취항 이후 신규 노선이 없었지만, 코로나 이후인 작년과 올해에만 노선이 6개 새로 개설됐다. 지난해에는 인천~미야코지마(5월)·도쿠시마(12월) 노선이 잇따라 열렸고, 올해는 인천~고베·이시가키지마(4월) 노선 등이 새로 추가됐다. 오사카 인근 고베를 제외하면 모두 지방 소도시 공항인 셈이다.

    이뿐 아니라 기존에 있던 일본 노선도 이용객이 크게 늘었다. 실제로 지난달 인천공항발 일본 중소 도시 노선 이용객을 코로나 팬데믹 이전(2019년 10월)과 비교해 보니, 구마모토성으로 유명한 구마모토는 1073명에서 1만82명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사누키 우동’ 본고장 다카마쓰의 경우, 코로나 이전만 해도 2719명에 불과했지만 지난달에는 3배가 넘는 8951명을 기록했다. 또 마쓰야마는 1773명에서 1만110명으로 5.7배, 가고시마는 1667명에서 5641명으로 3.3배로 늘었다.

    이 같은 현상에는 엔저 등과 같은 경제적 이유뿐 아니라 일본에 대한 한국 국민의 호감도 증가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8월 한국갤럽이 전국 만 18세 이상 1007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여론조사에 응답자의 38%가 “일본에 호감이 간다”고 했다. 이는 이전 조사인 2022년 8월(21%)보다 17%포인트 오른 수치다. 특히 젊은 층인 18~29세에서 61%, 30대에서 53%로 더 높은 호감도를 나타냈다. 또 같은 달 한국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2%가 “일본에 호감이 간다”고 했다.

    여행객 사이에선 일본 소도시 여행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지난 7월 홋카이도 구시로 등을 여행한 대학생 박보미(23)씨는 “관광객으로 붐비는 도쿄 같은 대도시와 달리, 소도시는 물가도 저렴하고 일본의 전통 문화가 잘 보존돼 있어 좋았다”고 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배경이나 모티브가 되는 지방 도시로 ‘성지 순례’를 떠나는 여행도 인기다. 화제의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작가의 고향인 오이타현 히타시와 ‘명탐정 코난’의 극장판 배경지인 하코다테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의 노력도 한몫했다는 지적이다. 일본도 우리나라처럼 지방 소멸 위기에 놓인 소규모 도시가 많은데, 지역 활성화를 위해 지자체가 먼저 한국 항공사에 손을 내미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한국인 관광객 대상 ‘전용 쿠폰’을 주는 곳도 있다. 마쓰야마시는 한국인 관광객에게 공항과 시내를 오가는 셔틀버스를 제공하고, 주요 관광지 입장권도 지원한다. 지난 11일엔 미야자키·나가노·도쿠시마현 등 일본 광역자치단체장 10명이 서울을 방문해 소도시 홍보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아베 슈이치 나가노현 지사는 “도쿄·오사카에 오면 한국인만 보고 돌아가지만, 소도시는 일본의 참모습을 만끽할 수 있다”고 했다.

    [윤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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