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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12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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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겪고도 안전불감증 여전”…관제센터는 이번에도 ‘깜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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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20일 오전 전남 신안군 장상면 인근 족도(무인도) 해상에서 퀸제누비아2호가 좌초에서 벗어나 있다. 여객선은 신고 접수 6시간 만에 선사의 예인선으로 섬을 벗어났다. 승객 246명·승무원 21명 등 267명 전원 무사 구조됐으나 좌초 충격으로 일부가 경미한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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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밤 전남 신안군 해상에서 발생한 퀸제누비아2호 여객선 좌초 사고는 인재였다. 267명이 탄 대형 여객선은 대형 사고는 면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협수로 수동 조작 방치





    20일 목포해양경찰 조사 결과, 퀸제누비아2호 일등항해사 ㄱ(40대)씨는 사고 당일 협수로 구간을 수동으로 전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ㄱ씨는 경찰에서 ‘휴대전화로 뉴스를 검색하다 자동항법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해경은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해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해상교통안전법상 안전 운항 의무 및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ㄱ씨와 40대 인도네시아 국적 조타수 ㄴ씨 등 2명을 긴급체포했다.



    ‘협수로(狹水路)'는 육지, 섬, 암초 등에 의해 항로의 폭이 좁게 제한되는 수로를 말한다. ㄱ씨는 협수로에 접어든 뒤에도 자동항법장치를 수동으로 전환하지 않았다. 해상교통안전법(제67조)엔 안전운항을 위해 협수로를 운항할 경우 자동 운항 장치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어긴 셈이다. 전문가들은 “빠른 조류와 얕은 수심 등의 영향을 받는 협수로에선 자동 운항을 할 경우 위험 상황에서 대처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수동 조작으로 전환하지 않은 ㄱ씨가 자동항법장치의 좌표를 어디에 찍었는지도 살필 부분이다.



    선박의 자동 항법 장치는 구간별로 좌표를 찍어 항로를 구성하는 게 일반적이다. 출발지인 제주항부터 목적지인 목포항까지 전체 경로를 한 번에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을 바꾸는 여러 개의 변침점을 순서대로 지정한다. 해경은 족도 1600m 전에 변침점을 설정해 놓았는데도 변침점을 지나 여객선이 족도로 돌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동항법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조타수 ㄴ씨는 지난해 12월말께 부터 근무하기 시작했으며, 관련 경력은 18년에 달한다.



    기상 여건은 양호했다. 사고 당시 해역의 파고는 2.5m 이내였고, 수심 약 82m였다. 당시 여객선은 22노트(시속 40∼45㎞)로 운항하고 있었는데 변침을 해야 하는 지점을 지나 2∼3분가량 후 사고가 발생했다. ㄱ씨는 최초 진술에서 조타기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다고 했다가 이후 조사에서 “뉴스를 검색하다 조타 시점을 놓쳤다”고 시인했다. 60대 선장 ㄷ씨도 협수로 구간을 지날 때 조타실에서 직접 지휘해야 하는 의무를 소홀히 한 것으로 조사됐다.





    해상관제탑 사고 방치?





    대형 여객선이 무인도로 돌진해 좌초되기 전까지 해상교통관제센터는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목포광역해상교통관제센터 관제사 1명이 사고 해역의 관제를 담당했다. 김성윤 목포광역해상교통관제센터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퀸제누비아2호는 시속 40~45㎞ 속도로 정상 항해하고 있었다”며 “관제사는 동시간대 여러 선박을 본다. 평상시 관제 위험성이 있는 선박이 우선순위다. 좌초지점과 항로가 상당히 가까운데다 여객선이 고속으로 항해중이어서 미처 관제사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당시 사고 해역 내 관제 대상 선박은 5척에 불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관제센터에서 수백명이 탄 여객선을 제대로 살피지 않았는지 밝혀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당시 방향을 바꾸는 변침 지점에서 사고 위치까지 거리는 1600m로, 시간상 3분 정도 사고 위험성을 알릴 시간이 있었다. 더욱이 퀸제누비아2호 좌초 사고를 최초로 신고한 사람도 관제센터가 아니라 ㄱ씨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4월16일 발생한 세월호 참사 때 진도해상관제센터(VTS)에서 관제 의무를 소홀히 한 사실이 드러난 바 있다.





    선체 차제 결함 여부





    사고 여객선은 내부에 10㎝ 정도의 크랙이 난 것으로 파악됐다. 해경은 조타기 이상 진술이 나왔던 만큼 현장 감식 등을 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사고 여객선이 자력으로 귀항한 것을 고려하면 선체 결함 가능성은 적다고 보고 있다. 퀸제누비아2호는 씨월드고속훼리㈜가 운항하는 총톤수 2만6546톤의 최신형 카페리로, 올해 2월 본격적으로 목포∼제주 정기 항로에 투입됐다. 씨월드고속훼리㈜ 이종훈 대표는 이날 “탑승객 여러분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 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선박 운항 전 과정에 대한 안전 관리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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