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훈 ‘VIP 격노설’ 구체적 자백
이시원 “조태용 지시로 협조” 진술
임 전 비서관은 2023년 7월 31일 국가안보실 회의에서 채 상병 사건의 초동 조사 결과를 윤 전 대통령에게 처음 보고하고, 국방부 관계자들과 여러 차례 연락하거나 만나 해병대 수사단에 외압이 가해지는 데 관여한 인물이다. 이 전 비서관은 경찰에 이첩된 초동 조사 기록을 국방부로 회수하는 과정을 조율하고, 박정훈 대령에 대한 군검찰의 항명죄 수사 계획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특검은 이들과 소통한 사건 관계자 대다수를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도, 두 사람은 제외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범죄 규명에 조력해 직권 면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임·이 전 비서관이 여러 차례 특검 조사를 받으면서 다른 피의자들의 혐의에 대해 적극 진술하는 등 수사에 협조했으니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취지다. 이들을 조사한 수사팀이 기소유예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비서관은 안보실 회의 당시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며 이종섭 전 국방 장관을 전화로 질책했다는 이른바 ‘VIP 격노설’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의 격노 경위와 지시 등을 직접 국방부 수뇌부에 전달했다는 취지의 진술도 했다고 한다. 이 전 비서관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의 요청에 따라 기록 회수 업무에 협조한 것”이라고 진술했다. 다만 이번에 기소된 일부 인사는 “임 전 비서관 등이 일부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하고 자신들만 면책받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련 인사는 최근 임 전 비서관을 만난 자리에서 “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느냐”고 따졌고, 임 전 비서관은 특검이 제시한 통화 기록 등을 보고 진술했을 뿐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법조계에서는 수사에 협조했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범행을 저지른 공범을 임의로 봐주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사 외압의 피해자인 박정훈 대령 측은 “국방부 조직총괄담당관 같은 실무자급 인사도 기소해 놓고, 윤 전 대통령의 지시를 적극 이행하며 외압 전반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임·이 전 비서관을 기소유예 처분하는 것이 타당하냐”고 말했다. 임·이 전 비서관이 이 사건에서 차지한 역할 비중을 감안할 때 기소 자체를 유예해 주는 게 적절치 않다는 주장이다.
특검이 국내에 없는 제도인 ‘플리바게닝(미국식 유죄 협상 제도)’을 적용해 임·이 전 비서관을 선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 출신 한 법조인은 “특검이 유리한 진술을 해준 대가로 특정 피의자를 ‘면책’할 권한은 없다”며 “향후 재판 과정에서 이들의 진술이 허위로 드러나거나 배척될 경우 기소유예 처분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했다.
한편, 임 전 비서관은 비상계엄을 앞두고 윤재순 전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 대통령실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피의자로 입건돼 내란 특검의 수사를 받고 있다. 임 전 비서관은 육군 소장 때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으로 근무하다가 중장으로 진급해 국방대 총장에 임명됐다. 특검 수사가 개시돼 피의자로 입건된 이후에도 한동안 국방대 총장직을 유지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방극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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