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학숙 누리집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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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다. 그저 회사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공동 운영하는 기숙시설 ‘남도학숙’에서 직장 내 성희롱 피해 등을 입은 ㄱ씨는 10년째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남도학숙 쪽이 ㄱ씨를 해고하고, 산재 승인에 대해 이례적으로 두차례나 소송에 나섰기 때문이다. ㄱ씨는 ‘성희롱 피해→직장 내 괴롭힘→해고→산재 소송’으로 평범한 일상을 잃은 상태다.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러간다. 그해 남도학숙에 입사한 ㄱ씨는 상사로부터 수차례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 2016년 국가인권위원회가 피해를 인정하며 가해자 분리조치 등 권고를 내렸지만 ‘독방 근무’와 폭언 등 2차 피해가 이어졌다. 같은 해 ㄱ씨는 성희롱, 2차 가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근로복지공단에서 이 사안과 관련해 산업재해 요양 결정도 받았다.
하지만 2018년 ㄱ씨가 성희롱 재판 1심에서 패소하자, 남도학숙은 산재 요양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심에서 성희롱 피해가 인정됐고 남도학숙은 산재요양 취소 행정소송을 2019년 취하했다. 이 판결은 2022년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끝없는 소송에 ㄱ씨의 우울·공황 증세가 심각해졌다. ㄱ씨는 “복직을 위해 꾸준히 치료를 받았다. (2차) 가해자 분리 조치와 근무 장소 변경 등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저히 복직이 어렵다고 판단한 ㄱ씨는 2023년 질병 휴직을 신청했지만 거부됐다. 남도학숙 관계자는 “회사 규정상 질병 휴직은 1년까지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ㄱ씨가 2019년 질병 휴직을 해서 추가 휴직은 어렵단 얘기다.
ㄱ씨는 지난해 1월 ‘장기 무단결근’을 사유로 해고됐다. 그는 “생계 위협을 넘어 인생의 한 부분이 완전히 삭제돼 버린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 재요양을 신청했지만 거부된 ㄱ씨는 행정소송에 나섰고, 올해 7월 법원은 “ㄱ씨에 대한 요양급여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는 조정권고를 내렸다. ㄱ씨의 질병이 악화돼 재요양이 필요하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ㄱ씨는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재요양을 인정받았고, 요양 기간은 다음달 2일까지 연장됐다. 결과적으로 ㄱ씨는 산재 요양 중에 해고된 상황이 된 것이다.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복직을 기대한 ㄱ씨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남도학숙은 해고를 유지하면서 지난 9월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재요양 승인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또 제기했다. 같은 소송을 취하한 지 6년 만이다. 남도학숙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서 ‘ㄱ씨가 해고 이후 법원과 근로복지공단에서 재요양을 인정받는 과정에서 남도학숙의 의견이 배제됐기에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ㄱ씨를 대리하는 최정규 변호사(법무법인 원곡)는 “산재 요양 승인에서 사업주는 제3자이고, 요양 신청을 할 당시 사업주의 의견이 반영돼 소송 절차에서 사업주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ㄱ씨는 “남도학숙은 보복성 소송으로 피해자인 제가 겪은 고통은 철저히 외면하고 끝없이 2차 가해를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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