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김해 국제공항 나래마루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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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대만이 중국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조하며, 대만 문제와 관련해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미국은 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대만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는데, 이런 침묵이 중국에는 수확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인 미국산 대두(콩) 중국 수입은 본격 재개 조짐이 보인다.
25일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 주석이 전날 저녁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해 긍정적이고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서 양국 공동 관심 사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중 정상 통화에서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만 문제에 관한 원칙적 입장을 명확히 설명했다고 보도했다. “원칙적 입장”은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변인은 “양국 정상은 계속 빈번하게 소통해 왔다”며 “이는 중-미 관계의 안정적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으로의) 대만 복귀는 전후 국제질서에서 중요한 부분을 구성한다”며 “중·미는 파시즘·군국주의에 나란히 맞서 싸웠고, 지금은 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를 함께 잘 수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중국이 2차 세계대전 때 미국과 함께 일본에 맞선 점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대만 문제가 중국에 있어 매우 중요함을 이해한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앞서 지난 7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만 유사 사태가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존립 위기 사태”에 해당할 수 있다고 국회에서 발언한 뒤, 중국은 내정 간섭이라며 격렬히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일본과 갈등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미-중 정상 통화를 통해 미국이 일본에 동조하는 것을 일정 부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어 보인다. 대만이 공격을 받을 경우 미국이 지키겠다고 밝혔던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분명한 언급을 피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통화는 중국이 이 점에 주목해 트럼프를 중국 관점에 더 가깝게 끌어들이고, 이를 통해 미국이 일본을 억제하도록 압박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통화를 두고 트루스소셜에 중국과 농산물 등 무역 문제를 논의했다고 강조했을 뿐 대만에 대해서는 적지 않았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 등 수입을 본격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 24일 로이터 통신은 화물선 3척이 중국으로 수출될 미국산 대두·수수 등을 싣기 위해 미국 내 곡물 터미널로 향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침묵’도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알리시아 가르시아 에레로 나틱시스 분석가는 블룸버그 통신에 “중국은 침묵이 필요할 뿐”이라며 “그것이 묵인과 수용을 뜻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만은 시 주석의 ‘대만 복귀’ 언급에 강하게 반발했다. 줘룽타이 행정원장은 이날 입법원(국회) 출석을 앞두고 기자들을 만나 “중화민국, 대만은 완전한 주권을 가진 독립국인 것을 다시 강조한다”고 말했다. 그는 “2300만 대만 국민에게 ‘통일’이라는 선택지는 없다. 이는 매우 명확하고, 대만은 세계의 대만”이라고 덧붙였다. 대만은 ‘현상 유지’가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줘 총리는 “중국은 어떤 방식을 써도 이 현상 유지를 훼손할 수 없다”며 “대만이 방위 역량을 키우고, 민주 국가들과 함께 연대하는 이유”라고 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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