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 보잉 필드 공항 뒤로 레이니어산의 만년설이 보인다. AFP 연합뉴스 |
만년설로 유명한 미국 레이니어산의 빙하가 기후변화로 녹아내려 산의 정상 고도마저 낮췄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시애틀대 에릭 길버튼슨 교수 연구팀은 최근 위성 데이터와 레이저 측정 방식 등을 통해 미국 서부 빙하산들을 분석한 결과, 1950년대 이후 레이니어산의 정상 높이가 20피트(약 6.1m) 이상 낮아졌다고 밝혔다. 관찰한 5개 빙산 중 4곳의 높이가 최소 6m 이상 줄어든 것을 두고 연구팀은 대부분의 변화가 1990년대 후반 이후 본격화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정상들의 평균 기온이 1950년대보다 2.75도 오른 게 빙하를 빠르게 녹게 한 원인이었다.
미국 본토에서 가장 많은 양의 빙하를 가진 최고 높이 4392m 만년설이 기후변화로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주변 생태계 붕괴 속도도 빨라진 거란 우려가 나온다. 빙하는 산악 생태계에서 일종의 ‘자연 냉장고’ 역할을 하며 주변 수계와 기후 안정에 핵심적인 구실을 한다. 레이니어산에서 녹아내리는 빙하는 주요 강 발원지로 농업용수, 음용수를 공급하는 역할도 하는데,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 여름철 하천 유량이 급감하고 수온이 상승해 농업과 물 공급, 하천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길버튼슨 교수는 “미국 서부에서 가장 높고 추운 지역도 기후위기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기후변화가 단순한 기온 상승을 넘어 지형과 생태계 전반을 재편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빙하 감소 문제는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엄청난 빙하 관련 수자원으로 ‘제3의 극지’로 불리는 서부 히말라야 힌두쿠시 산맥 역시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로 인해 1억2000만명이 넘는 농민 등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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