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통화 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에게 대만 문제와 관련해 어조를 낮추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대만 문제를 둘러싼 중-일 갈등에서 전적으로 일본 쪽을 편들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4일 시진핑 주석과 통화 뒤 다카이치 총리에게 전화해서 대만 주권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자극하지 말라고 조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일본 및 미국 관리를 인용해 26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다카이치에게 최근 중-일 갈등을 유발한 대만 관련 발언에서 물러나라고 압력을 넣지는 않았으나 그의 권고는 미묘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다카이치는 지난 7일 의회에서 ‘대만 유사시에 일본 자위대가 동원될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해, 중국 쪽의 격렬한 비난과 보복 조처를 부르고 있다. 이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격화되던 지난 24일 트럼프와 시진핑은 30분간 통화했다. 시진핑은 이 통화에서 격분을 표시했고, 트럼프는 경청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시진핑과 통화 뒤 그날로 다카이치에게 전화해서 조언을 했다.
지난달 30일 김해공군기지 나래마루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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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은 트럼프에게 “중국으로 대만 반환은 전후 국제질서의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다카이치와 통화에서 대만과 관련한 발언의 어조를 완화하라고 제안했다. 트럼프는 다카이치가 국내정치적 제약을 받고 있고, 중국을 격분시킨 자신의 발언에서 완전히 물러나기 힘들 것임을 알고 있다면서 이렇게 조언했다.
시진핑은 통화에서 일본을 거명하거나, 트럼프에게 일본을 직접 압박하라고 요구하지는 않았으나, 전후 질서에 대한 그의 언급은 일본이 2차대전의 패전국임을 암묵적으로 상기하는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6일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발언의 진의와 지금 사태의 총리 책임’을 묻는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의 질문에 “(당시) 구체적 사항에 언급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지만 국회 예산위원회에 나와 이전 정부와 똑같은 답변을 반복해서는 예산위원회가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며 “국민의 대표인 (야당) 국회의원이 구체적 사례를 들어 질문했기 때문에 그 범위 안에서 성실히 답변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으로 일본은 대만에 대한 모든 권리와 권한을 포기했으며, 현재 대만의 법적 지위 등을 인정하거나 할 입장이 아니”라고 한발 물러섰다. 다카이치의 이 발언은 입장을 완화한 신호로 분석된다.
일본 관리들은 트럼프의 이런 메시지가 우려스럽다는 반응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트럼프가 지난달 시진핑과 맺은 무역 합의를 위태롭게 하는 대만 갈등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지난달 트럼프와의 정상회담에서 콩 등 미국 농산물을 더 구매하기로 약속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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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쪽의 한 인사는 트럼프와 시진핑의 통화는 무역 관련이었고, 미국은 중국이 약속했던 콩 구매 이행을 늦추는 것에 우려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시진핑에게 중국의 콩 구매와 관련해 “조금 더 빨리 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28일 밤 기자들에게 밝혔다. 트럼프는 “시진핑이 그렇게 하겠다고 거의 동의했다”고 말했다.
최근 중-일 갈등에서 미국 쪽이 중국 쪽 입장을 배려한 것은 이례적이다. 미국 대통령이 중국 쪽과 먼저 통화하고, 나중에 일본 쪽과 통화한 순서도 미-중 무역관계를 위해서 핵심적인 지정학적 문제에 대한 동맹의 논쟁적인 입장을 트럼프가 기꺼이 억누를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신문은 전문가들은 인용했다. 그런 통화 순서는 일본 쪽에 불만을 자아낸다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 통화들과 관련해 트럼프가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매우 좋고, 그것이 일본에도 매우 좋다”며 “중국과 잘 지내는 것은 중국과 미국에 대단한 일이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시 주석이 콩과 다른 농산물 구매를 실질적으로 늘리고 있고, 우리 농부에 좋은 것은 나에게도 좋은 것”이라고도 말했다.
트럼프와 시진핑은 지난 10월30일 부산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은 중국에 관세를 인하하고 중국은 미국의 콩을 올해 말까지 120만톤, 향후 3년 동안 250만톤을 구매하기로 하는 등의 합의를 했다. 하지만, 중국은 이런 구체적 수치를 확인하는 공식성명을 내지는 않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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