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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성호 침몰사고 때 12명 구조...이태영 항해사, ‘IMO 용감한 선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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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항해사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

    조선일보

    국제해사기구 '세계 최고의 용감한 선원상'을 수상한 이태영 항해사. /국제해사기구(I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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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1월 ‘제주도 금성호 침몰 사고’ 현장에서 선원 12명을 구조한 이태영 항해사가 국제해사기구 ‘세계 최고의 용감한 선원상(IMO Award for Exceptional Bravery at sea)’을 수상했다.

    27일 전국해상선원노동조합연맹(선원노련)에 따르면, 이 항해사는 지난 24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선원 공로 시상식에서 이 상을 받았다. 상은 추천 단체인 국제운수노동자연맹(ITF)을 대표해 리디아 페라드가 대신 수령했다.

    IMO 아르세니오 도밍게스 사무총장은 “탁월한 리더십과 용기, 희생정신을 보여준 이 항해사에게 깊은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한국인이 세계 최고의 용감한 선원상을 수상한 건 ‘아덴만의 영웅’ 석해균 삼호주얼리호 선장 이후 두 번째다. 석 선장은 2011년 1월 아덴만에서 소말리아 해적에게 납치된 삼호주얼리호 선원들을 구출하는데 기여했다.

    이 항해사는 시상식에 앞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135금성호 침몰 사고 순간을 전했다. 그는 “그 순간 제 몸은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생각보다 행동이 먼저였고, 스쿠버다이빙 강사 시절 배운 ‘침착함이 생명을 구한다’는 믿음이 저를 움직였다”고 했다.

    이 항해사는 수색·구조 정식 교육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곧바로 대응에 나서 구명환 두 개를 던지고, 험한 조류와 파도 속에서 선원들이 구조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일부 선원은 수면 위에 남아 있던 프로펠러에 매달릴 수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강한 파도에 휩쓸리는 등 상황이 매우 긴박했다고 한다.

    그는 “제 안전보다 동료들을 먼저 생각했다. 바다에서 함께 살아온 가족이라는 감정이 앞섰다”며 “포기하고 싶은 순간마다 가족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제 앞에 있던 동료들의 ‘살고 싶다’는 눈빛이 제 몸을 다시 움직이게 했다”고 했다.

    이 항해사는 지난해 11월 8일 새벽 고등어잡이 어선인 135금성호(129t급)가 제주 해상에서 전복되자 물속으로 뛰어들어 선원 27명 중 12명을 구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당시 이 항해사는 금성호 항해사였다.

    하지만 1년 전의 영웅적인 행동은 이 항해사에게 깊은 트라우마를 남겼다고 한다. 그럼에도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으로서, 그는 사고 선사나 정부로부터 어떠한 보상이나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다른 선사로 옮겨 다시 조업에 나서고 있다.

    이 항해사는 최근 또다시 위험에 처했다. 새로 승선한 선박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선실 내부를 일일이 확인하고 뒤늦게 탈출하려다 불이 커져 등과 손, 머리 등에 화상을 입고 현재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그는 수상 소감으로 “단 한 번의 방심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며 “선원의 안전은 선주와 정부가 함께 지켜야 할 공동 책임”이라고 밝혔다.

    [부산=권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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