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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끝없는 부동산 전쟁

    민간 소비 발목 잡은 가계부채...10년 새 14%p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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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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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10년간 빠르게 늘어난 가계부채와 원리금 부담으로 우리나라 민간 소비가 구조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3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부동산발 가계부채 누증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국제통화기금 기준)은 2014년 대비 13.8%포인트 올랐다. 분석 대상 77개국 중 중국(26.2%포인트), 홍콩(22.5%포인트)에 이어 세 번째로 빠른 속도다. 같은 기간 원리금 부담(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증가 폭(1.6%포인트)은 노르웨이(5.9%포인트) 다음으로 2위였다. 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속도 또한 가팔랐단 의미다.



    반대로 가계부채가 급증한 최근 10년간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소비 비중은 오히려 1.3%포인트 떨어졌다. 가계부채 비율이 10%포인트 이상 증가한 국가들 중 민간소비 비중이 감소한 건 우리가 유일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에서 뚜렷하게 관찰되지 않는 특징으로, 차입으로 늘어난 유동성이 소비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며 “누적된 부채 원금 규모가 크고, 만기가 긴 주택대출 비중(66.6%)이 커 지속적으로 소비를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일반적으로 가계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는 시기에는 단기적으로 소비와 투자를 늘리는 효과(유량효과)가 나타나지만, 우리나라는 원리금 부담 효과(저량효과)가 워낙 커 유량효과를 제약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013년 이후 누적된 가계부채가 민간소비 증가율을 해마다 0.40∼0.44%포인트 깎아내린 것으로 분석했다. 만약, 가계부채 비율이 2012년 수준에서 유지됐다면 2024년 기준 민간소비 수준이 현재보다 4.9∼5.4% 더 높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민간소비 성장률의 구조적 둔화 요인 중 가계부채의 기여도가 인구구조 변화 다음으로 크다”고 분석했다.



    집값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자산 효과·wealth effect)가 미미한 점도 소비 제약의 이유로 꼽았다. 우리나라는 부동산 가격이 1% 오를 때 민간소비가 0.02%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이는 주요 선진국의 소비 탄력성 추정치(0.03∼0.23%)보다 매우 낮은 수준이다. 주택을 담보로 한 역모기지론 등 주택 유동화 상품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집값이 올라도 상급지 이동이나 자녀 주거 등 미래 비용을 위해 소비하지 않는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은은 “부의 효과는 주택가격이 하락할 때 더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비수도권에서는 오히려 소비 부진에 기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가계부채 누증은 심근경색처럼 갑작스런 위기를 유발하기보다 동맥경화처럼 소비를 서서히 위축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회승 기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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