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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5 (금)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성범죄 피해자인 성매매 여성…“보호·지원 우선해 접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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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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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단체에서 지원한 한 여성은 제3자에 의해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상황 속에서 성구매자에게 지속적인 스토킹 피해를 입었습니다. 성매매를 강요한 가해자는 처벌까지 받았지만, 해당 여성은 스토킹 피해자임에도 ‘성매매 피의자’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성매매 여성들은 범죄 피해자일 때조차도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이하영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부설 여성인권센터 ‘보다’ 소장은 2일 성매매여성을 성구매자와 동일하게 처벌하는 현행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처벌법)의 한계를 지적하며 “성매매여성은 스토킹·성폭력·불법촬영 등 범죄피해와 젠더폭력에 가장 취약하지만, 신고 시 ‘성매매 행위자’로 역전되는 구조 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날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상담소네트워크, 이주희·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 손솔·전종덕 진보당 의원 등은 국회에서 ‘성매매여성 인권보호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는 성매매처벌법의 목적이기도 한 ‘성매매 수요 차단’과 ‘성매매 피해자 보호’라는 2가지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는 ‘성매매여성 비범죄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 소장이 발표한 성매매피해상담소 상담 사례를 보면, 성매매여성이 범죄피해를 입었음에도 처벌 대상이 되거나, 처벌이 두려워 신고를 포기한 경우가 적지 않다. 올해 광주에선 성구매 남성이 성매매 여성을 불법촬영했지만 해당 여성은 처벌이 두려워 신고를 포기했고, 지난해 대전에선 성구매자가 성매매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도주했으나 피해여성은 피해조사와 함께 성매매 피의자 조사를 받아야 했다.



    전윤정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처벌 중심의 접근으로 인해 성매매의 음지화, 변종 성매매 확산, 성매매 피해자 인권침해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며 “최소한 법원 판단이 있기까지는 성매매 여성이나 피해자를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로 간주하고 법적 처벌보다 보호와 지원을 우선시하는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온라인 성매매 산업이 커짐에 따라 오히려 ‘성매매 광고’ 혐의를 받는 성매매여성이 성구매자보다 더 많이 단속·검거되는 일들도 생기고 있다. 경찰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성매매 광고 혐의로 검거된 남성은 49명인 반면 여성은 345명에 달하며, 해마다 검거되는 여성들의 수가 늘고 있다.



    김태희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활동가는 “현재 경찰은 채팅앱에서 캐시 충전을 하거나 광고 시청 등을 통해 포인트를 마련한 뒤 여성들에게 먼저 대화를 걸고 구체적인 성매매 조건을 물어보며 단속하고 있다”며 “성매매 여성 처벌에 초점을 맞추고 성매매 산업의 수익을 올리는데 일조하는 단속방식이 성매매 ‘근절’을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장다혜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단속 실무는 성매매 조건을 협상하는 여성 이외에 알선업자나 구매자에 대한 수사로 이뤄지기 어렵다. 성매매 알선 누리집과 구매자 후기게시판 등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수사가 필요하다”며 “자신의 성을 상품화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한 성매매 정의와 결별하고, 타인의 성을 상품화하고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 행위를 중심으로 범죄화하는 법체계적 전환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경찰은 성매매 수요 차단을 위해 내년부터 누리집 전담 사이버 풍속수사팀 운영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박순기 서울경찰청 풍속단속계장은 “성매매광고 누리집 운영자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어 검거하는 데까지 수년이 걸리거나 수사중지 되는 경우가 많다. 수사 과정에서 수시로 차단 요청을 하고 있지만 차단 조치는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발달된 기술을 이용해 선제적으로 누리집에 대응할 필요가 있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법령 개정도 검토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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