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교통 리디자인’ 성과
그런데 지난달 13일 경찰이 1개였던 진입로를 2개로 늘리면서 인근 통행 속도가 시속 34㎞에서 44㎞로 29% 증가했다. 분홍색 유도선을 그려 운전자들 혼란도 줄였다. 박씨는 “이곳을 지날 때마다 급하게 차선을 바꾸는 차들과 충돌할까 봐 조마조마했는데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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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이 서울 시민들의 제안을 접수·반영해 교통 환경을 개선하는 ‘서울교통 리디자인(재설계)’ 프로젝트를 한 달간 시행하면서 교통사고와 부상·사망자가 대폭 감소한 것으로 2일 나타났다. 지난달 3일부터 30일까지 서울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는 2396건으로 2022~2024년 같은 기간 평균보다 13.1%(362건) 감소했다. 교통사고 부상자는 19.3%, 사망자도 33.3% 줄었다. 이는 경찰이 단속과 함께 ‘환경 개선’을 병행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민들은 “무조건적인 단속보다 합리적인 도로 개선을 원한다”며 아이디어를 쏟아냈고, 경찰이 이를 적극 수용하면서 사고가 줄고 교통 흐름도 빨라졌다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한 달간 서울 시민들이 제출한 제안은 총 1258건이다. 신호 주기 개선(207건)이 가장 많았고, 도로 개선(113건), 횡단보도 위치 변경(79건) 순이었다. 이 중 408건(32%)에 대해 경찰은 사고 위험이 있는 도로에 횡단보도·보행섬을 설치하는 등 즉각 조치를 취했다. 나머지 850건은 단기(1개월 이내), 중기(1~3개월), 장기(3개월 이상) 목표로 나눠 내년 6월까지 순차적으로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2일 오전 10시 서울 광진구 군자역 사거리. 인근 주민 정모(67)씨가 숨을 헐떡거리며 지하철 5호선 군자역 3번 출구 계단을 올랐다.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인데도 횡단보도가 없어 길을 건너려는 주민들은 지하철역 출구를 거쳐야 한다. 정씨는 “카트를 끌고 장을 자주 보러 다니는데, 지하철역 계단을 이용할 때마다 너무 힘이 든다”며 “차가 안 다닐 때 무단 횡단을 할까 생각한 적도 여러 번”이라고 했다. 2009년부터 횡단보도를 놓아달라는 민원이 잇따랐고, 올해만 1400명이 서명 운동에 나섰다. 그러나 횡단보도를 설치하면 군자교와 동부간선도로까지 교통 정체가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서울경찰청은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광진구와 도로교통공단과 논의 끝에 교차로 동쪽 한 곳에만 횡단보도를 설치하는 절충안을 이끌어냈다. 횡단보도는 내년 6월 완공될 예정이다.
경찰은 서울 중구의 한 아파트의 입구와 출구 구분이 쉽지 않아 역주행하는 차량이 많다는 민원을 접수한 뒤 아파트 출입 도로에 차량 유도 표시선을 설치했다. 횡단보도 대기 공간이 없어 보행자의 차량 사고 위험이 컸던 영등포구 고추말삼거리엔 보행섬을 설치했고, 서초구의 한 유치원 인근에 횡단보도를 설치했다. 용산역 앞 교차로에서 한강대교 방향으로 좌회전을 할 수 있도록 해 교통 체증을 줄였다. 서대문구 독립문역 사거리에선 퇴근 시간대인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차량 신호 주기를 104초에서 100초로 4초 줄였다.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을 감소시켜 꼬리물기를 줄이기 위해서다.
경찰은 교통 법규 위반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한 달간 출근길 얌체 운전, 오토바이 인도 주행 등 6713건을 적발했다. 과속 위험이 높은 서대문구 중산교 교차로와 북악스카이웨이에는 이달 말까지 단속 카메라를 추가 설치한다. 서울경찰청 교통 정책 담당 관계자는 “단속 강화와 함께 교통 문화와 도로 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함께 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고 했다.
[강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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