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미국 워싱턴디시 백악관에서 내각 회의 개최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가운데)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왼쪽)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오른쪽) 사이에 앉아 있다. EPA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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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말리아 이민자들에 대해 노골적인 혐오 발언을 퍼부어 논란이 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미네소타주에서 소말리아 이민자들을 겨냥한 이민 단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 백악관에서 열린 내각 회의에서 미네소타주에서 벌어진 코로나19 구호 기금 사기 사건 관련 이야기를 하던 중에 “소말리아는 나라라고 할 수도 없다. 그저 서로 죽이고 돌아다닐 뿐, 체계가 없다”면서 소말리아로 화제를 돌렸다. 이어 소말리아계 미국인으로는 최초로 미네소타주 하원의원으로 당선된 일한 오마르 민주당 의원을 거론하며 “늘 불평하는 무능하고 끔찍한 인간” “쓰레기(garbage)”라고 인신공격성 발언을 섞어 비난했다. 미네소타주는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만명의 소말리아 난민들이 한때 번영했던 미네소타주를 장악했다”면서 “우리가 잘못된 길로 가는 이유는 이런 쓰레기를 계속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그녀(오마르 의원)는 쓰레기이고, 그 친구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불평만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누군가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하겠지만, 상관없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지옥에서 와놓고, 불평만 한다면 우리나라에 두고 싶지 않다. 그들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서 문제를 고치라고 해라”며 발언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자 제이디 밴스 부통령은 테이블을 손으로 두드려 격렬한 동의의 뜻을 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프리카계를 겨냥한 인종차별적 발언은 처음이 아니다. 그는 1기 재임 때도 아이티와 아프리카 국가들을 “뭣같은 나라들(shithole countries)”이라 비하하며, “왜 미국이 그런 곳에서 오는 이민자를 받아야 하느냐”고 말한 바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소말리아와 오마르 의원을 향해 여러 차례 격렬한 비난을 쏟아낸 바 있는데, 소셜미디어에서 오마르 의원을 겨냥해 “인간쓰레기(scum)”라고 쓴 적도 있다. 오마르 의원은 내각회의 이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저에 대한 집착이 소름 끼친다”며 “그에게 절실히 필요한 치료를 받길 바란다”고 응수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상황과 엡스틴 문건 등으로 정치적 수세에 몰릴 때마다 더욱 강도 높은 반이민 발언을 쏟아내는 경향을 보인다고도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 워싱턴 디시에서 벌어진 주방위군 피격 사건 뒤 아프가니스탄·소말리아를 비롯한 제3세계 19개국을 입국 금지 및 추방 대상 국가로 지정한 바 있다. 피격 사건의 주범은 아프가니스탄계 미국인이었다.
이번 소말리아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네소타주의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 지역에서 소말리아 이민자를 대상으로 집중적인 이민 단속 작전을 펼칠 예정인 가운데 나왔다. 2일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 이민단속세관국을 비롯한 연방 요원들이 이 지역에 투입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방송 엔비시는 미네소타에는 약 8만명의 소말리아인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약 430명이 위험 국가에서 망명한 이주민을 보호하는 ‘임시 보호’ 지위를 갖고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 대부분은 미국 시민권자이거나 합법적인 거주 자격을 가진 경우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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