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효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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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방과실로 벌어진 자동차 사고에서 개인의 자기부담금을 상대방 보험사에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을지를 놓고 대법원에서 공개변론이 열렸다.
대법원 1부(주심 신숙희 대법관)는 4일 오후 2시부터 자동차보험의 자기부담금 지급 여부가 쟁점이 된손해배상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했다. 대법원 소부(대법관 4명으로 구성된 재판부) 사건으로 공개 변론이 열리는 건 이번이 다섯 번째로, 지난해 10월 이후 1년여 만이다.
이날 공개변론의 쟁점은 쌍방과실로 차 사고가 났을 때 피보험자가 자기부담금을 상대방 운전자나 보험사에 청구할 수 있는지였다. 현행 상법은 보험회사 등 보험자가 보험금을 일부 지급하면 ‘피보험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대위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는데,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피보험자가 보험금으로도 손해를 전보받지 못하는 등 ‘미전보 손해’가 발생하면 제3자에게 배상책임 이행을 우선 구할 수 있고, 차액이 있으면 보험자대위가 가능하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대법원은 쌍방과실 사고에서 발생한 자기부담금을 미전보 손해라고 보고 피보험자가 직접 상대 차량 보험자나 운전자에게 배상 청구를 할 수 있는지 심리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건의 원고는 자동차보험 피보험자들이다. 이들은 쌍방과실 교통사고가 발생한 뒤 자차 보험계약에 따라 차량 수리비 중 자기부담금 상당 금액을 자기 보험사로부터 받지 못하자, 자기부담금도 사고로 발생한 손해라며 교통사고 상대 차량 보험자인 보험사들을 상대로 각각 자기부담금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모두 자기부담금을 미전보 손해로 볼 수 없다며 보험사 승소 판결을 내렸다. 피보험자가 보험에 가입할 때 자기부담금을 지불하는 약정이 포함된 계약을 체결했다는 이유였다.
원고 측은 이날 공개변론에서 현행 보험 실무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배상 청구가 인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은 “차 사고가 나면 보험사는 ‘선처리 방식(사고 차량을 수리하지 않은 채 보험사로부터 예상 수리비의 일부를 받는 방식)’을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과실 비율이 확정되지 않아 운전자 과실 비율이 100%라고 전제해 자기부담금이 부과된다”며 “선처리 방식에서는 상대방 운전자의 과실 비율에 상응하는 자기부담금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 측은 청구가 인용되면 보험료가 오를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피고 측 소송대리인은 “청구가 인용되면 자기부담금 제도가 사실상 폐지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결국 보험자 측이 자기부담금을 부담하는 결과가 돼 현재와 같은 보험료 인하의 혜택을 제공할 수 없게 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날 관련 분야 교수와 협회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의견을 들었다. 원고 측 참고인으로 나선 김은경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도덕적 해이 등은 학자들이 우려하는 내용이지 실제로 데이터가 나온 것이 없다”며 “사람들이 자기부담금이 있으니 ‘사고를 절대 내지 말아야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고 측 참고인으로 출석한 이성남 목포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사건의 본질은 결국 피해를 본 피보험자를 보호할 것인지, 사고를 내지 않은 다수의 선량한 보험자의 보험료 인상을 막는 것이 타당하냐의 문제”라고 말했다.
신 대법관은 “법이나 약관에 규정이 명확하게 있는지 의문을 가지게 됐다”며 “재판부가 지적한 부분에 대해 주장을 분명하게 해 피고 측도 설명해 줘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자료 등을 검토한 후 선고기일을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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