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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06 (토)

    이슈 세계 속의 북한

    “미국의 북한 비핵화 목표, 비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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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대북 협상가들 부정적 전망
    “핵무기 수십기 보유 인정해야”
    군비 통제 등 현실적 목표 강조
    근시일 내 정상회담 가능성 낮아

    미국에서 북한 문제를 다뤘던 대북 협상가들이 “비핵화 목표는 아직 죽지 않았지만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현실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일(현지시간) 한국국제교류재단·전략국제문제연구소가 미국 워싱턴에서 공동 주최한 포럼에서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는 “비핵화 목표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북한이 적어도 수십기의 핵무기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다”고 말했다. 갈루치 교수는 1994년 1차 북핵위기 당시 미 국무부 북핵 특사로 대북 협상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그는 “비핵화가 장기적 목표가 될 순 있지만 그 목표를 과도하게 앞세우다 대화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당장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은 군비 통제”라면서 “한·미는 북한의 핵 지휘통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모른다. 지금 급선무는 북한의 오판과 핵무기의 오작동을 막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대북정책 특별대표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을 이끌었던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도 “비핵화 목표는 아직 죽지 않았지만 전망이 밝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비건 전 부장관은 “북한과 오랫동안 협상하면서 느낀 점은 북한조차 자신이 뭘 원하는지 정확히 아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노이 회담 때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인센티브로 경제·외교 정상화 로드맵을 설계한 것은 “북한이 그걸 원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지만 “그건 우리의 착각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북한의 최우선 목표가 ‘체제 안정’인 상황에서 북한 주민의 외부 노출을 막고 싶어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상국가화 자체를 원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비건 전 부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된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북·미 정상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북한은 최소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 수순에 돌입하기 전까지는 미국과 대화하는 데 나서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무부 부장관을 지낸 커트 캠벨 아시아그룹 이사장도 “북한은 현재 중·러와 구축한 관계에 상당히 만족하고 있고 경제도 성장하고 있어 미국과 협상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어느 시점에서 북한은 반드시 도발을 통해 미국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낼 것”이라며 “그 협상은 북한이 정한 조건에서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크고 북한은 이미 자신들의 핵보유국 지위 인정을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해놨다”고 말했다.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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