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 한강버스가 서울 송파구 잠실선착장 인근 강바닥에 걸려 멈추자 한강경찰대 선박이 옆에 접안해 있다. 배에 탑승해 있던 승객 80여명은 소방 당국과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가 출동해 구조됐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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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순 한강버스가 강바닥에 걸려 좌초돼 경찰과 소방이 출동했을 당시, 구조과정에서 탑승객 수가 ‘오락가락’하는 혼선이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운영사인 ㈜한강버스가 초기 신고 단계에서 실제보다 30명 가까이 적게 잘못 보고하면서 비롯됐기 때문인데, 비슷한 사고가 다시 발생할 경우 구조 누락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한겨레가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서울경찰청·광진경찰서·송파경찰서·한강경찰대의 무전 기록을 보면, 한강버스가 좌초된 지난달 15일 저녁에 보고된 탑승객 수는 54명, 80명, 82명 등 제각각이었다. 앞서 한강버스는 이날 저녁 8시24분께 잠실 선착장 인근에서 강바닥에 걸려 멈췄고, 서울시는 밤 9시14분께 승객 82명을 모두 구조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사고 현장에는 광진서·송파서·한강경찰대·소방 등이 출동해 구조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시가 탑승객 수를 제대로 확인한 건 승객이 모두 구조된 이후였다.
송파서 무전 기록을 보면, 잠실 순찰팀장은 저녁 8시30분께 송파서 상황실에 “한강버스에 80명 정도 승차하고 있다는 상황”이라고 보고했고, 순찰차 24호는 17분뒤 “승객 총 54명이 탑승 중이고 현재 14명 구조 완료했다”고 했다. 이후 같은 순찰차가 밤 9시12분 “승객 82명 구조 완료”라고 다시 보고하자, 송파서 상황실은 “82명이 맞는지, 54명이 맞는지” 재확인을 요구했다. 탑승객이 모두 구조된 이후인 밤 9시17분에는 한강순찰대도 “구조된 탑승객이 몇 명이냐”고 물었다.
한강경찰대 무전 녹취에도 같은 혼선이 반복된다. 한강경찰대가 밤9시7분께 총 탑승 인원을 묻자, 사고 현장에 출동한 2호 배는 “54명”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서울청 상황실은 9시11분께 “경찰 협력관 보고엔 54명, 잠실 (순찰)팀장은 80명이라고 적혀 있다(보고했다)”며 “오차까지 더하면 67명인데, 80명이 맞느냐”고 물었다. 이에 3호 배는 “승객 54명 전원 구조했고 관계자 몇 명이 배에 대기 중”이라고 보고했다가, 6분 뒤에는 “82명”이라고 숫자를 바꿔 보고했다.
이날 밤 9시13분 광진경찰서 상황실도 서울청 상황실에 “승객 54명 구조 완료”라고 보고한 뒤, 밤 9시20분에는 구조 인원을 “82명”으로 정정했다
이 같은 혼선의 출발점은 ㈜한강버스의 최초 신고였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한강버스는 사고 직후인 저녁 8시24분 119에 사고 사실을 처음으로 신고했고, 3분 뒤인 저녁 8시27분 “56명가량 탑승했다”고 두번째로 신고했다. 실제 탑승 인원인 82명보다 26명이나 적은 숫자였다. 그동안 서울시는 선착장 게이트를 통과하는 인원을 기계로 자동 인식해 탑승객 수를 관리하고, 승무원이 직접 승·하선 인원을 체크하는 ‘이중 확인 체계’가 있다고 설명해왔지만, 실제로는 기본적인 탑승 인원 파악조차 정확히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서울시 미래한강본부 관계자는 “사고 당시 경황이 없어 배에서 직접 인원을 세지 못하고, 선장이 탑승 등 관련 기록지만 보고 탑승 인원수를 신고했다”고 인정했다. 서울시와 ㈜한강버스는 소방당국이 최종적으로 구조한 뒤 정확한 탑승 인원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한강버스는 큐아르(QR)코드로 승선 확인을 받도록 하고 있지만, 이는 의무가 아닌 권고사항에 그친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연안여객선은 탑승객의 신원을 확인하는 것이 의무지만, 한강 같은 내수면의 경우 현행법상 의무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행안부도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할 것을 서울시에 요구한 바 있다. 한강본부 관계자는 “승선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강버스는 수시로 승객이 오르내리는 특성상 긴급 상황에서는 이런 오류가 구조 누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 소방 공무원은 “출동하면 현장에서 구조 인력을 다시 파악하긴 하지만, 정보가 부정확하면 구조할 때 어려움을 겪는다”며 “사쪽에서 신고를 하는데 인원수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양부남 의원은 “행안부 안전점검에서 승선신고와 승객확인 절차가 미흡하다고 지적됐는데, 이번 사고에서 똑같은 문제가 다시 드러났다”면서 “작은 사고도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서울시는 승객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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